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것이 꽃이지만 아름다운 빛깔을 눈으로 감상하고 폐부 깊숙이 진한 향기를 들여놓고 난 뒤 가장 원초적인 감각기관인 입에 넣어본다. 엽기적이라고 느낀다면 어린 시절을 기억해보시길.
뜰에 핀 붉은 사루비아 꽃의 뒤 꽁지를 쪽쪽 빨아먹으면 꿀처럼 단물이 나왔었다. 동산에 아카시아 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계절이면 이를 따다가 그냥 먹기도 하고 튀기기도 했다. 초봄 산천을 붉게 물들이던 진달래를 따다 화전을 부치고 술을 담갔던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가을이면 선조들은 노란 국화로 술을 담가 흰 도자기 잔에 따라 은은한 향기와 맛을 즐기며 한 해의 무병을 기원했다.
우리 민족뿐 아니라 인류는 오래 전부터 꽃을 요리와 치료약으로 이용해 왔다. 인디언들은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의 꽃을 일상적으로 먹어왔다. 오늘날까지도 그 전통은 히비스커스 꽃잎차로 이어져 내려온다. 중동 사람들도 수세기 전부터 로즈워터를 마셨다.
요즘 들어 잊혔던 꽃 요리들이 웰빙 바람과 함께 다시 사랑을 받고 있다. 맛만큼 보기에도 아름다운 상차림에 꽃만큼 좋은 장식과 소재가 또 있을까.
생식기와 생장기에 피는 꽃에는 좋은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
최근에 밝혀진 꽃의 영양 성분이 이를 증명해준다. 35퍼센트의 단백질 12종의 비타민 16종의 미네랄 22종의 필수 아미노산 사람의 생명현상에 불가사의한 작용을 하는 R인자 등 풍부한 효소와 호르몬이 들어있는 식용 꽃은 인체 면역 기능 증진 악성 종양 예방 신진대사 촉진 체질 산성화 방지 노화 지연 등 여러 효능이 있다.
모든 꽃을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용 꽃은 시중에 흔한 꽃이라고 해도 일반 꽃과는 다르게 재배된다. 꽃 중에는 독성이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식용 가능한 꽃만을 요리에 응용하자.
요리에 쓰는 꽃은 종류도 많고 조리방법도 다양하다. 샐러드는 물론 과자와 두부 용 장식 술 국거리 차 수프 튀김 고기 조리용 향료 비빔밥 재료 등 여러 가지로 이용되는 것이 식용 꽃. 즙을 내어 젤리 잼 아이스크림 사탕 등 아이들의 간식도 만든다.
식용 꽃들은 어떤 것들일까. 국화 진달래 호박꽃 딸기 꽃 아카시아 동백 민들레 복숭아꽃 살구꽃 매화 연꽃 목련 장미 제비꽃 난 유채꽃 등은 음식에 향기를 더해주는 마술사다. 봄철에는 베고니아 마가렛 제라늄 샤프란(노랑) 스위트피 치자 튤립 패랭이 프리지아 맨드라미 케일 등의 꽃이 식탁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머시멜로우는 유럽에서 '프로즌 플라워'로 많이 만들어 먹는다. 프로즌 플라워는 꽃잎 끝에 거품 낸 달걀흰자를 붓으로 바르고 고운 설탕을 뿌려 실온에서 말린 음식. 매콤한 맛이 나는 금련화는 비타민과 철분이 다량 함유돼 감기나 괴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 샐러드 샌드위치 쌈에 이용되며 김치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금잔화는 로마시대 이전부터 열을 내리게 하는 차로 애용되었다. 꽃받침을 떼어낸 부분을 샐러드에 넣거나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신다. 금잔화는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꽃 요리가 매우 발달돼 있다. 우리도 식용 꽃을 각종 음식에 센스 있게 접목시켜 다양한 꽃 요리를 개발한다면 상차림이 더욱 화사해질 것 같다. 샐러드나 샌드위치 비빔밥 쌈밥 김치 등 양념이 가미되어 꽃의 생경한 맛을 감춰주는 요리들로 시작해 차츰 꽃의 향과 맛에 친숙해지도록 한다.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식용 꽃은 식생활에 아름다움과 향기를 제공한다.
조리방법-찹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12시간 정도 담갔다가 건져내 소금을 넣고 빻아 체에 걸러낸다. 고운 가루를 내어 끊는 물에 익반죽한 후 충분히 반죽해 직경 5cm정도로 둥글게 빚는다. 진달래꽃은 깨끗이 씻은 다음 꽃술을 떼고 물기를 닦는다. 쑥은 잎만 떼고, 대추는 돌려 깎아 채 썬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빚어놓은 반죽을 올려놓고 눌러 지져 익으면 뒤집는다. 뒤집은 반죽 위에 진달래 꽃잎과 대추 쑥을 올린다. 이때 꽃잎을 올려놓은 반죽은 다시 뒤집지 않는다. 완성된 화전에 꿀을 발라 접시에 예쁘게 담는다. 진달래가 없을 때는 국화, 맨드라미, 장미를 이용해도 된다.
조리방법-쇠고기는 잘게 다지고 두부는 으깨어 물기를 꼭 짜낸다. 표고버섯은 곱게 채 썰어 간장, 설탕, 참기름, 파, 마늘을 넣고 무친다. 호박꽃의 봉우리 안에 위의 재료를 넣는다. 냄비에 호박꽃을 놓고 육수를 넣어 끓인다. 고기가 다 익은 뒤 접시에 담아 고명을 얹으면 완성.
조리방법-식용 꽃은 깨끗이 씻고 딸기는 꼭지를 떼어 반으로 가른다. 노란색 파프리카는 반으로 갈라 씨를 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치커리와 양상추는 손으로 큼직하게 찢어 찬물에 담근다. 드레싱은 올리브 오일에 식초와 레몬즙을 조금씩 부어가며 포크로 저어 뿌옇게 만든 뒤 국화잎과 소금, 흰 후춧가루를 섞어 만든다. 치커리와 양상추는 물기를 빼고 식용 꽃, 딸기, 파프리카를 샐러드 접시에 담아 먹기 직전에 드레싱을 뿌린다.
조리방법-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는 작게 송이를 떼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후 물기를 뺀다. 국화꽃은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빼둔다. 찬물을 담은 볼에 달걀흰자를 풀고 튀김가루를 넣어 가볍게 섞는다. 꽃과 야채에 튀김가루를 살짝 묻힌 다음 튀김옷을 입힌다. 170℃의 기름에 넣어 튀긴 후 기름기를 빼 그릇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