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프랑스 요리의 화려함에 가려 멕시코 요리는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게까지 느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대하게 되는 멕시코 요리라는 것이 고작해야 타코 스탠드에서 사먹는 타코 브리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멕시코 음식 체인점들의 발전 역시 미국 내 멕시코 음식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기는 했지만 멕시코 음식의 다양하고 풍성한 메뉴를 모두 선보이는 데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패사디나에 새롭게 문을 연 라 와스테카 레스토랑, 벽화 장식이 아름답다.
패사디나의 '라 와스테카 레스토랑'(La Huasteca Restaurant)에 들어서는 순간 멕시코 요리에 대한 우리들의 선입견은 대폭 수정된다.
린우드의 플라자 멕시코 본점에 이어 지난주 올드 패사디나 레스토랑 가에 새롭게 오픈한 라 와스테카는 2년여 세월 동안 굳어진 본점의 명성 덕분인지 오픈 첫날부터 넓은 실내가 발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이곳의 멕시코 요리들은 한 번 맛보고 나면 먼 거리를 불사하고 다시 찾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혹적인 맛이 있다.
멕시코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와스테카 지방은 와하까와 더불어 멕시코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맛 동네다. 복잡하고 미묘한 향료 다양한 식재료의 사용은 와스테카의 음식들을 다른 지역들과 차별화시킨다. 와스테카의 요리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고추 음료수와 술 토마토 옥수수 라임 실란트로가 많이 사용되며 해산물 요리도 다양하다.
그간 5스타 호텔 등 최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오랜 경험을 가진 두 셰프 알폰소 라미레즈(Alfonso Ramirez)와 마틴 가르시아(Martin Garcia)는 와스테카의 지방색 강한 음식들을 주류 사회에 선보이겠다는 사명감으로 고급 멕시칸 레스토랑 라 와스테카를 오픈했다.
특히 마틴 가르시아는 26년 전부터 요리를 시작 산타모니카 굴지의 레스토랑 마이클즈(Michael's)의 셰프 자리까지 올랐던 실력자.
이곳의 인테리어는 아치형의 주랑 아름다운 대형 벽화로 럭셔리하게 꾸며 이태리의 팔라조가 부럽지 않다. 초록색 열대우림에 아름다운 반 나신의 여인들을 그려 넣은 벽화는 와스테카 지방의 전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타이티 섬의 원주민 여성들을 그렸던 폴 고갱 하렘의 여인들을 화폭에 옮겼던 앙리 마티스 역시 와스테카에 왔다면 이런 작품을 낳지 않았을까.
입구 바 쪽 공간을 장식하고 있는 거울과 가구 건축 소재 공예품 모두 무게감 있는 멕시코의 특산물로 꾸며져 멕시코 대부호의 하시엔다(대저택)를 방문하는 것 같다. 뒤편으로는 신비로운 여신의 이미지를 그려 넣은 벽면이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해준다. 라 와스테카는 연인끼리의 로맨틱한 디너 가족과 친지의 특별한 축하 파티 직장 동료와의 회식 어떤 경우에도 잘 어울리는 전천후 레스토랑이다.
이곳의 음식들은 옥수수 토마토 피망 등 알록달록한 원색의 재료가 조화된 것이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한다. 그릴에 구운 새우를 선인장 베이즐 페스토 소스에 버무려 갖은 야채를 곁들인 와스테카 새우 요리(Camarones Huasteca)는 신선하고 큼직한 새우를 부드러운 소스에 조리해 입맛 돋우는 전채로 아주 좋다. 휴양지 바하 캘리포니아의 길거리 알록달록한 타코 스탠드에서 맛보았던 피시타코(Taco de Pescado)는 튀김옷을 맥주로 만들어 향기가 독특하다.
초리조와 양파 베이컨을 더하고 테낄라로 향을 낸 모시조개 요리(Almejas con Chorizo)는 보드라운 조갯살의 육감적인 느낌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애피타이저. 조금 간이 짠 것이 흠이다. 베라크루즈 스타일의 체비세(Ceviche Veracruzano)는 문어 생선 새우 등 해산물에 라임을 짜 넣어 상큼한 맛을 냈다.
멕시코 요리에 있어서 칠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프레이 베르나디노 신부는 아즈텍들이 사용했던 칠리에 대한 정보를 집대성해서 후세들에게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칠면조 돼지고기 오리고기 닭고기에 칠리를 사용해온 아즈텍들은 호박씨 칠리데 라르볼 참깨를 혼합한 소스를 요리에 응용해 왔다. 라 와스테카 메뉴 두 번째 페이지에는 이런 멕시코 전통 요리들을 한 페이지 가득 싣고 있다.
유카탄 반도에서는 여러 종류의 고기들을 아치오트 페이스트(Achiote Paste)에 재두었다가 바나나 껍질로 싸서 천천히 조리해 요리에 풍미를 더했다고 한다. 아치오트 페이스트를 이용한 요리는 물론 멕시코 인들이 사랑하는 몰레 포블라노를 이용한 요리도 여럿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매운 맛을 즐기는지라 매운 요리도 다양하다. 추천할 만한 메뉴는 베라크루즈 스타일의 생선(Pescado a La Veracruzana) 마늘 소스를 듬뿍 넣은 생선 요리(Pescado al Mojo de Ajo) 하바네로 소스 새우(Camerones a la Diabla) 데낄라 새우(Camerones al Tequila) 등이 있다. 특히 데낄라 새우는 마시기도 아까운 데낄라로 만든 소스 맛이 일품.
코코아 플란(Flan de Coco) 데낄라 소스로 맛을 낸 브레드 푸딩(Pudin de Pan) 칼루아 소스를 끼얹은 크레페 카헤타(Crepas de Cajeta) 등 후식도 프랑스 레스토랑 못지 않게 다양하고 호사스런 맛이다.
오픈 시간: 일~목요일은 오전11시~오후10시. 금.토요일은 오후 11시까지. 전채는 4~7.95달러 11.95~18.95달러. 주차는 발레 파킹 5달러. 주소 45 S. Fairoaks Ave. Pasadena CA 91105. 한인 타운에서 1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Fairoaks Ave 출구에서 내려 좌회전해 쭉 가다보면 Colorado 직전 왼쪽으로 나온다. 전화 (626) 792-7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