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츠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의 구두 앞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이 칼라브리아(Calabria)다. 2마일쯤 되는 메시나 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칠리아와 떨어져 있다.
칼라브리아 지방에서 생산되는 치로 와인(위 사진 맨 왼쪽)과 갖가지 파스타들. 파스타 중에서는 미누치가 치로와 잘 어울린다.
시칠리아와 더불어 일찍이 그리스의 식민지로 개발 되었고 그리스인들은 이 지역을 외노트리아(Oenotria) 즉 와인의 땅이라 부를만큼 와인 생산량도 풍부했고 그 질도 좋았다. 이 지역을 가리킨 외노트리아가 나중에 이탈리아로 변해 전체 이탈리아의 이름이 된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도 그리스가 원산이다. 붉은 포도는 갈리오포(Gaglioppo)이고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품종은 그레코(Greco.이탈리아 말로 그리스를 뜻한다)이다.
요즘은 개선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을 비롯한 이탈리아 남부의 와인은 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가정용 와인 아니면 대량 생산 되어 이탈리아 중북부의 연한 와인에 짙음을 더 해주는 배합용 와인으로 쓰였다. 이렇게 된데는 사연이 있다. 원래 이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던 품종은 덤불같이 키가 작고 단위 수확량도 대단히 낮지만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통일 이후 북쪽에서 내려온 관리들은 고유 품종을 다 뽑아내고 수확이 많은 품종을 심었다. 그 결과 더운 날씨에서 웃자란 외래 품종은 미묘한 맛을 내지 못하고 단순한 저급 와인이 되어버려 이탈리아 남부지방 전체가 배합와인으로나 쓰이게 되었다.
이번에는 칼라브리아내 원산지 증명와인(D.O.C.)의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치로(Ciro) 와인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탈리아 최남단에 위치해 꽤 더운 날씨지만 경사가 가파른 언덕도 많고 티레니아 해와 이오니아 해에서 부는 바람으로 와인포도를 키우기 좋은 지역도 많다. 치로지역도 바다와 맞닿은 언덕과 이오니아 해의 영향으로 선선한 기후가 있다. 칼라브리아도 캘리포니아 같이 조금만 지역이 달라도 기후가 확 달라지는 '소기후' 현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개성있는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치로 와인은 레드 화이트 로제 모두 생산한다. 쓰이는 포도 품종은 레드와 로제에는 갈리오포이고 화이트는 그레코다. 레드와인의 품질이 좋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공식와인으로 지정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와인의 스타일은 짙고 강하며 이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무화과의 향을 담고있다. 치로 레드와인은 스파이시한 여러 향들도 가지고 있어 이 지역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한국 음식과 칼라브리아의 음식을 보면 그 공통점이 보인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어서 이 지방은 육류소비가 적고 매우 다양한 채소를 섭취한다. 파스타로 배를 채우고 다양한 야채와 양념을 파스타에 얹어 먹는다. 매운 음식도 많이 먹는 편이고 양념도 강하게 한다. 고기는 한국에서 국이나 반찬에 조금 넣듯이 쓰이고 고기요리를 하는 날은 생일같은 특별한 날이다. 육류는 소고기는 거의 안쓰고 돼지고기와 양고기를 쓴다.
치로 와인에 잘 어울리는 음식은 피망과 무화과로 만든 미누치 파스타이다. 마카로니같이 속이 뚤려 있지만 긴 대롱같이 생긴 미누치를 요리한 다음 피망 토마토 바실 마늘로 만든 양념을 얹고 그 위에 신선한 무화과를 잘라 올린다. 중부나 북부는 파스타와 양념을 함께 요리하나 남부는 파스타에 양념이 얹어져 나온다. 볶음밥과 덮밥의 차이 정도로 보면 된다. 그래서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남부지방에서 먹어본 한국사람은 그 모양새가 자장면과 똑같아 놀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