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총리로 지명되고 잘하면 서울시장 자리도 여성이 꿰찰지 모르는 판인데 아니 온 세상이 여자들 방이나 마찬가진데 새삼 무슨 자기만의 방 타령? 게다가 누릴 만큼 누리고 배울 만큼 배운 2030대 여성들이 무슨 억압을 받았다고 이 난리람? 남자로 사는 건 만만한 줄로만 아는군. '언니네 방'이 나왔다는 소식에 지레 눈살을 찌푸릴 모습들이 선하다.
여성주의 인터넷 사이트.
글쎄 일종의 젠더 피로증후군이라고나 할까? 철옹성일 줄만 알았던 호주제가 폐지된다니 남성들이 패닉에 빠진 건가.
"차별이니 불평등이니 하는 단어는 모두 구시대의 유물이니 더 이상 입에 담지 말자." "지금은 함께 손잡을 때다." 그런 거짓 상생의 구호만이 요란하다. 착시현상이다. 아니면 의도적인 착각이던가.
이제 겨우 여성을 옥 죄왔던 제도들이 무너져 가는 단계일 뿐이다. 의식의 뿌리는 징그러울 만큼 깊고 질기다. 때문에 더 많은 여성들은 오늘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숨죽이고 살아간다.
과장도 아니고 엄살은 더더욱 아니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여성들이 너무 많이 참은 탓도 있다. 점잖게 말하면 가부장제 탓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순전히 답답한 남성들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여성들의 몫이다.
이제 언니들은 혼자 속으로 끙끙 앓기를 그만 두기로 했다. 화가 날 때 화를 내고 기쁠 때 맘껏 기뻐하기로 했다.
남의 기분을 맞추느라고 설설 기지도 않으며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타인들 그리고 지구와 공존하겠노라고 선언한다. 그들은 그럴 수 없이 용감하고 지혜롭고 사랑스럽다.
무엇보다 이 언니들은 위험하다. 감염력이 막강하므로. 나는 특히 이 젊은 언니들의 '생생 섹스 토크'에 매혹됐다.
이 책은 여성주의 인터넷 사이트인 '언니네(www.unninet.net)'의 '자기만의 방'코너를 통해 4만여 명의 언니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위안과 힘을 주고받으며 사는 모습을 담은 글을 추렸다. 물론 솔직담백하다.
그동안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내밀한 고백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자기만의 방'의 글들 중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을 모아 엮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말하는 성 사랑 삶에 관한 강한 애정과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아이쿠 나이만 먹었지 난 정말 헛살았구먼" 싶다. '언니네 방'은 유쾌 상쾌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