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욕 때문에 명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지만 과시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중시하는 '노노스'족도 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한인 크리스 정(37)씨가 그런 예.
노노스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휴고보스 선전물
정씨는 "명품을 제대로 쓰면 오히려 절약"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대학 졸업후 자신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일관되게' 명품 위주의 샤핑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중간한 물건을 구입해 흐지부지 쓰다가 버리는 것 보다는 확실한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정씨와 같은 부류의 명품족들이 주장하는 명품 예찬론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명품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것. 한번 구입한 뒤 시류에 따라 바꿀 필요가 없으므로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어서 오래 써도 '품위'가 있다는 것. 낡거나 헤지면 '값싼 티'가 나는 일반 제품과 다르다는 것이다. 오래 쓰다보니 애착이 간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가격이 월등 비싸기는 하지만 대체로 품질 역시 일반 제품보다 좋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노노스족은 이런 이유 때문에 '과시파'나 '충동파' 명품족에 비해 샤핑때 훨씬 꼼꼼한 경향이 있다. 이들은 특히 자신의 '스타일'을 중시한다.
예컨대 스타일을 따지는 이들에게 인기있는 남성 바지 중의 하나가 휴고보스 제품인데 휴고보스의 경우 허리선이 살아있다는 것. 때문에 이 바지를 입으면 "바디라인이 살아나고 다리가 길어보인다"고 이들은 말한다.
에르메스 넥타이와 페라가모 벨트 카르티에 선글래스 역시 스타일을 우선 고려하는 명품족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다.
이들은 또 로고와 문양 대중적 인지도를 덜 따진다는 점에서 과시파와 차별된다. 큼지막한 로고와 문양을 앞세운 명품들에 관심을 덜 보인다는 것. '나는 아무개 브랜드'라고 내세우는 것이 무슨 실용성이 있느냐고 이들은 반문한다.
이런 이유로 루이비통이나 구찌 샤넬과 같은 이른바 1세대 명품 브랜드는 실용파들의 눈에 비껴서 있다. 이들은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선수들'끼리는 한눈에 알아본다는 보테가 베네타나 바네사 브루노 안나 몰리아니 같은 이른바 2세대 명품 브랜드에 호감을 보인다.
새로운 유형의 명품족은 젊은층에 많다. 결혼 6년차인 미리엄 황씨(36)의 '가치관'은 이들의 인생관을 엿보게 한다. 남편과 자신 모두 벤츠를 몰고 다닌다는 그는 차 2대의 리스 비용으로만 한달에 1500달러를 지출한다. 그러나 황씨는 수입에 비해 만만치 않은 지출이지만 한마디로 "신경 안쓴다"고 잘라 말한다.
"어머지 아버지 세대처럼 후일을 위해 저축에만 몰두할 뿐 현재를 궁색하게 사는 건 싫다. 버는 만큼 제대로 쓰면서 살고 싶다." 황씨 부부는 회사 연금 프로그램과 또다른 노후 연금에 매월 일정액을 붓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비용은 '현재'를 위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