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한국영화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를 이용한 지름신 패러디물.
1500달러짜리 명품 핸드백을 냅다 카드로 '질러버린' 30대 한인 미시의 고백이다. '지름신'은 지난해 처음 등장한후 현재까지 한국의 주요 포탈사이트의 인터넷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 용어이다. '지름신'은 '과감하게 또는 충동적으로 물건을 산다'는 의미를 가진 '지른다'와 '신'이 결합된 신조어이다.
미주 한인 인터넷 사이트에도 빠르게 확산돼 다음 네이버의 미주 한인 친목 까페나 미시USA 미즈빌 같은 한인 미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뽐뿌(펌프질을 하듯 지르도록 부추키는 것)' '파산신' '망각신' 등 파생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네티즌들은 "지름신은 더 비싼 것을 지르도록 부추키며 그 뒤에는 그 형님인 파산신이 온다"며 "가장 무서운 것은 파산신 다음에 오는 망각신으로 지름신과 파산신 때문에 겪은 고난을 잊게 하고 다시 그들에게로 이끈다"고 말한다.
'오늘 지름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같은 경구나 속담에서 영화 포스터를 이용한 지름신 포스터까지 각종 지름신 패러디물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조어 '지름신'이 마우스 클릭만으로 수천달러의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는 현대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지름신이 강림해 샀다는 말은 일종의 '합리화'에 불과할 수 있지만 '지른다'라는 표현에는 '저축에 몰두하기 보다는 버는 만큼 나를 위해 쓰면서 살겠다'는 가치관이 담겨 있다.
또한 '질러서' 산 그 물건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나친 '지름'은 이로울 게 없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자신의 재정능력을 크게 넘어서는 과소비는 일종의 충동조절 장애"라고 지적한다.
충동구매를 막기 위해 합리적으로 '지르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다.
지름교 16항 교리문답 '하늘의 우리 지름신…'
'지름신'이 사이버 세상의 새 화두로 등장하며 한국과 미주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엔 열성 지름교도들만의 은어가 넘쳐나고 있다. '지름교 교리문답'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패러디한 '지름신경' '지름도문' 그리고 명언과 고사성어의 패러디물까지.
네티즌들의 지름신 '은어'중 일부를 엿본다.
▷지름교 교리문답=종교 교리문답 패러디물로 총 16문항으로 이뤄져있다. 예를 들어 제 16문은 분수를 넘는 '지름'으로 고민하는 지름교도가 참고할 만한 교리이다. "문: 지름신은 어째서 유독 저에게 이렇게 자주 찾아오시는건가요? 답: 형제님의 믿음이 그만큼 신실하기 때문입니다."
▷지름도문=주기도문을 패러디한 유머. "하늘에 계신 우리 지름신 이름이 외경히 여김을 받으시옵고 매장이 임하옵시며 뜻이 현찰로 이룬 것 같이 카드로도 이루어지이다…대개 카드와 현금서비스와 돌려막기가 지름신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질러라(아멘)'"
▷지름 명언=성인과 위인들의 명언을 패러디한 것. "부모님께 나의 지름을 알리지 마라(이순신)""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나는 오늘 한 물건을 지를 것이다""한쪽 통장이 비거든 다른 통장도 지르거라(예수)""오늘 지름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나는 지른다 고로 존재한다(데카르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