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서비스에 이어 해외진출의 마지막 단계는 인력 이동이다. 사람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되면 그만큼 재화나 서비스 등 경제의 많은 부분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 역시 우리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위해 많은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OTRA 뉴욕무역관도 그 동안 한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의 취업 스킬업 워크숍과 기취업선배와의 멘토링 세션들을 개최함으로써 현지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취업준비생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 한인 유학생들의 취직 준비가 매우 부실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대규모 공채 시즌이 없고 대학 학부 2학년때부터는 인턴 등을 하며 경력을 쌓아, 유명 기업의 학내 리쿠르터들에게 픽업되거나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인 유학생들은 학업에 지쳐 졸업 후 막연히 현지 취업을 하려고만 생각할 뿐, 4년 동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경우도 드물고, 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가 부실하다면 개선하면 되는 일이라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정식으로 취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받을 확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취업을 하는 한인 구직자들은 대부분이 미국 유학생들이다. 이들은 미국서 공부를 마치고 인턴 경력을 쌓고 이를 발판으로 취업을 하게 된다. 한국 유학생들이 졸업 후 H-1B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12개월간 주어지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기간 동안 인턴을 잘 해서 해당 기업이 H-1B 비자 스폰서를 해 줘야 한다. 스폰서를 해 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고용기업으로부터 스폰서를 받는다 해도, 비자 추첨에서 당첨이 되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미국 H-1B 비자 당첨 경쟁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년 미국 H-1B 비자 발급 수는 8만5000명으로 한정돼 있으나 2015년 4월 비자신청자 수는 무려 23만3000명으로 경쟁률이 3:1에 육박했다.
또한 H-1B 비자 신청자의 전공과 업종이 같아야 취업비자 승인을 받을 확률이 높으나 많은 한인 유학생들은 경제학, 경영학, 마케팅, 심리학 등을 전공, H-1B 비자 승인을 받을 확률이 매우 낮다.
가장 많은 H-1B비자 직업군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자들이 진출하는 업종이다. 2014년 H-1B 비자 취득자 중 컴퓨터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무려 64.5%로 압도적이었다. 2위가 건축 엔지니어링, 조사 관련 업종 (9.2%), 3위가 행정 관리직(6.0%), 4위가 교육 관련 업종(5.9%), 5위가 의학 보건 관련 업종(4.9%)이었다. 컴퓨터 공학 직종(Computer Related Occupation) H-1B 비자 신청자는 지난 2013~2014년 1년 사이에 무려 4.7% 가량 증가한 것으로 이는 이공계(특히 컴퓨터공학) 전공자 위주로 H-1B 전문직 취업비자가 발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상황은 현재 의회에 상정되어 있는 H-1B 발급 '우선순위제' 도입 관련 법안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전문직 취업(H-1B) 비자 추첨 제도를 폐지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비자를 발급하자는 것으로 9단계 우선순위가 규정되어 있다. 이 중 1순위는 이공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 미국 대학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에게 배정할 것이라고 발표된 바 있다.
기존 석사 및 학사 쿼터를 합친 8만5000개를 놓고 1순위 신청자를 우선 심사한 후 남은 쿼터를 2순위로 넘겨 심사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미 대학 출신 신청자들에게 우선권을 줌으로써 한국 대학 출신은 고임금자가 아닐 경우 후순위 9순위에 해당돼 앞으로 비자 취득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 대학을 나오지 않은 한국 청년들은 아예 미국에서 취직할 생각을 포기해야 하는가? 다음 편에서는 어떤 전략을 갖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