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더 이글 (Eddie The Eagle) 감독: 덱스터 플레처 출연: 태런 에거튼, 휴 잭맨 등 장르: 스포츠, 드라마 등급: PG-13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주는 감동은 익숙하다 못해 상투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한계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인간승리의 짜릿함이나, 모두가 불가능하다 손가락질하던 꿈을 기어코 성취해 내는 주인공을 보며 느끼는 대리만족 같은 것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생생함을 더한 스포츠 영화가 주는 감동은 말할 것도 없다.
영화 '에디 더 이글(Eddie the Eagle)'이 좋은 예다.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영국의 스키 점프 선수 에디 에드워드의 실화를 그린 '에디 더 이글'은 재미와 감동, 웃음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관객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선사한다.
주인공 에디(태런 에거튼)는 어려서부터 올림픽 출전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 다리에 장애가 있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고 온갖 종목에 도전하는 게 소년 에디의 일상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안경을 부러뜨렸지만, 에디에겐 오히려 그것이 훈장과도 같은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뜨거운 열정만큼 몸은 따라 와주질 않고, 에디의 국가대표 꿈도 좌절되는 듯 했다. 그때 에디가 발견한 종목이 스키 점프. 국가 대표는 커녕 제대로 된 선수 하나 없던 영국에서, 에디는 혼자 뼈가 부러져가며 스키 점프를 익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다. 그의 미련한 훈련 모습을 보다 못한 전 미국 국가 대표 선수 출신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가 코치로 합류하며, 에디의 꿈은 조금씩 현실이 되어간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기록도 형편없는데다 영국 선수단에서마저 왕따를 당하는 신세지만, 에디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 맹렬한 열정과 긍정적 사고 방식에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은 차츰 에디에게 매료되고, 결국 그는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거듭난다.
한국 영화 '국가대표'를 연상시키는 아찔한 스키 점프 장면들은 '에디 더 이글'의 최고 볼거리다. 멸시받던 영국 '촌놈'의 성공 스토리란 점에선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연상시키는 뭉클한 구석도 있다. 거기에 전작 '킹스맨' 속 말쑥한 에이전트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지고, 꺼벙하고 빈틈 많은 스키 점프 선수로 깜짝 변신한 태런 에거튼의 열연이 더해졌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실제 에디 에드워드의 모습을 똑같이 스크린으로 옮겨낸 그의 노력엔 박수가 아깝지 않다. 조연의 자리로 한 발 물러서 있지만, 껄렁하면서도 마초적인 매력만큼은 주인공 못지 않게 확실히 보여주는 휴 잭맨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청바지 차림으로 삐딱하게 담배를 문 채 90미터 높이에서 멋지게 스키 점프를 하는 장면은 그 가운데서도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