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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익는 마당]걷잡을 수 없는 충격, 아는 기쁨

San Francisco

2006.04.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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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수필가)
‘다빈치 코드’를 읽고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전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휘말릴지 몰라’ 5월 18일 전 세계에 동시 개봉될 ‘다빈치 코드’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책 첫 페이지에도 예술작품과 건물, 자료, 비밀 종교의식의 묘사가 모두 ‘사실’이라고 못 박아 독자들을 긴장시켰었다.
2천만 세계독자들을 열광시키며, 지난 8년간 책 중 다시 읽고 싶은 한국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다빈치 코드’의 매력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이 책의 작가 댄 브라운은 한때 지능지수 148이상의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 회원이었다.
예술가들과 유럽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던 그는, 다빈치에 몰입했던 아내의 자료수집에 도움 받아 미스테리 스릴러 추리소설인 ‘다빈치코드’를 완성한다.

550년 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공범으로 끌어들여, 역사적 사실에 종교와 예술의 상징을 버무리고 허구적 요소를 가미해 독자들을 흥분시켰다.
영화 상영에 물리적 행사도 불사한다는 기독교계도 있지만, 소설 한 권에 예수의 본질과 가르침을 의심하는 신자는 없을 것이다.
출판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을 부르고, 법정 소송에다 말도 탈도 많은 ‘다빈치 코드’를 풀어본다.

하버드대 종교 기호학교수 랭던은 예수나 성모에 나타난 기호를 연구하는 학자다.
강의 차 파리에 체류 중, 깊은 밤 경찰로부터 급한 호출을 받는다.
‘P. 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가 살해됐기 때문이다.
다빈치의 유명한 인체그림처럼 사지를 벌린 채 죽은 그는, 배에는 별모양을 그리고 ‘피보나치수열’과 유서를 남긴다.
기호학자이고 경찰인 관장의 손녀 소피는, 할아버지의 유서가 랭던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잡으라는 것임을 눈치 채고 랭던을 구한다.
둘은 유서에 남긴 기호와 암호를 토대로, 비밀조직인 시온수도회의 회장이던 할아버지 소니에르의 베일을 벗긴다.
그가 지키려 하던 성배(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에게 권한 잔)를 찾아 나서며,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속 예수 옆에 앉은 이를 마리아라고 한다.
다빈치, 빅토르 위고, 뉴턴처럼 시온수도회의 회장이었던 것도 밝힌다.
성배란 잔이 아니고 예수가 마리아와 결혼해 낳은 자손이며 그 후손이 살아있다고 한다.
그녀가 프랑스 멜로빙고 왕조의 시조라는데…
이 소설을 읽으려면 ‘피보나치수열’과 황금비라는 수학적 단서를 알아야 한다.
1, 1, 2, 3, 5, 8, 13‥ 처럼 앞의 두 수를 더하면 다음 수가 되는 수열이 피보나치수열이다.
뒤 수를 앞의 수로 나눈 값은 파이(phi)로 1.618인데, 고대인들은 이 수를 ‘신이 미리 정해 놓은 숫자’라며 신성시했다.
생활과 자연 속에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비율인 1대 1.618을 ‘황금비’라 부른다.
고대 파르테논 신전이나 소니에르가 남긴 별 외에, 크레디트 카드나 창문 등 우리주위에 수없이 널려있다.

화가요 조각가며 천문학자였던 다빈치는, 시체까지 파내며 인체의 뼈에서 황금비를 발견했다.
배꼽을 기준으로 상체와 하체, 목을 기준으로 머리와 상체, 팔꿈치를 기준으로 팔, 무릎을 기준으로 다리, 손가락 발가락 그리고 척추 관절 마디마디…
‘다빈치 코드’가 식지 않는 인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기호와 암호를 해독하고 풀어가는 방법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수수께끼 같은 성배를 향해 스위스 은행, 웨스트민스터 사원, 루브르 박물관 등을 쫓고 쫓기며, 독자를 주인공과 함께 뛰게 만든다.
시온 수도회의 비밀과 고행하는 가톨릭의 비밀조직이라는 오푸스 데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잠시도 긴장과 갈등을 놓지 못하게 하다 보여주는 마지막 반전에는 가슴이 다 섬뜩하다.
13일 금요일이면 왜 께름하고, 사진 찍을 때 남의 머리에 V자를 올렸었는지, 루브르 박물관 입구 22미터 투명유리 피라미드가 왜 하필 사탄의 숫자라는 666개인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음식도 퓨전이 되어가고, 음악도 팝과 오페라가 혼합된 팝페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설도 사실(fact)과 허구(fiction)가 공존하는 팩션(faction)소설이 더 재미있고 배우고 아는 기쁨이 있다.

나무가 가지를 칠 때는 ‘피보나치수열’로 쳐나가고, 꽃들도 그 숫자로 핀다고 한다.
백합은 3장, 채송화는 5장, 코스모스는 8장인 것처럼. 파인애플무늬는 8줄과 13줄로 내려오고, 촘촘한 해바라기 씨앗도 그 수로 생긴다고 한다.
그래야 주어진 공간에 최대로 피고 해를 더 잘 받을 수 있다나.
이 책이 아니었다면 ‘최후의 만찬’을 재미삼아 여러 번 감상하지 않았을 것이고, 놀라운 자연의 질서 속 창조주의 숨은 뜻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
내 몸 구석구석에 관여한 창조주의 신비를 몰랐을 것이고 감격과 감사도 없었을 것이다.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영화를 보기 전, 상상력을 최대로 끌어내는 책부터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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