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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성훈 목사를 추모하며

San Francisco

2006.05.0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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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덕 사모(노엘 장로교회)
일평생을 예수님의 복음사역과 특별히 주님의 몸된 교회를 말씀 위에 든든히 세우기 위해 성경 한 권만을 들고 타협하지 않고 진리를 사수하던 따뜻하면서도 강직하셨던 여러분들이 사랑하던 이성훈 목사님이 하나님의 꿈에 안긴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픈 것 외에는 나를 닮으라고 신앙의 정도를 몸소 보여 주시던 목사님의 설교가 귀에 쟁쟁합니다.

당신을 통해서 마지막까지 하나님 영광 받으시기를 그렇게 기도하시며 내가 죽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연장 속에 주님의 부름에 순종한다고 하시더니 저와 아들의 손을 잡고 그렇게 좋아하던 딸 소피아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일곱 분의 목사님들과 예배 중 찬송 부르는 가운데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3대째 고신 측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 부교역자 생활 10년 재직 후 담임목사 10년 동안 신본주의 신앙생활, 땅 끝까지 복음사역, 교회가 생명을 살리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해 주님만 바라보고 달려오셨습니다.

타협하지 않는 목사, 대쪽같은 목사로 참으로 외로웠습니다.
이제 목회자들이나 성도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데…
주님은 당신의 사랑하는 종이 이 땅에서 칭찬 받는 것 원치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생명의 면류관, 의의면류관 주시기 위해 그렇게 빨리 불러 가셨나 봅니다.

사랑하는 동역자님 그리고 형제 자매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목사님 보내시는 길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오셔서 위로해 주시고 기도로 그리고 귀한 헌금으로 많이 도와주셔서 목사님 보내시는 모든 행사 잘 치르게 되었습니다.
11개월의 투병기간동안 여러분들의 간절한 기도,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안타까워하며 사랑해주신 여러분들의 정성, 그리고 약 쓰시라고 보내주시던 예물들, 우리목사님 사랑하셨던 여러분들의 마음이 제게 영원히 남아있을 거입니다.

목사님의 믿음의 기도와 의지, 여러분들의 애 타는 기도, 살려보겠다고 식이요법을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니면서 기도와 눈물로 범벅이 된 저의 정성, 고사리 같은 손을 모으고 아빠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어린 자녀들의 기도에도 하나님은 당신의 품으로 우리 목사님을 불러 가셨습니다.

어느 날 저희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아빠에게 닥쳐도 하나님은 자기의 자녀에게 최상의 것을 주신 다며 하나님을 향하여 조금도 섭섭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이르셨습니다.
하나님의 절대진리와 계획 앞에 순종할 수밖에 없지만 21년을 같이 살면서 목회생활, 가정생활에 묻어 있는 흔적 때문에 가슴이 메이도록 아프고 보고싶습니다.
마치 집회하러 가신 목사님을 기다리는 심정이고, 아마존 밀림지대 선교 갔다 돌아오실 남편을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금요일 저녁이 되면 차디찬 교회 바닥에 엎드려 교인들 한사람, 한사람 이름을 부르며 밤을 새워 기도하던 목소리가 귀에 쟁쟁 합니다.
비가 오나 더우나 목요일이면 전도지 1,500장을 복사하여 들고 나가 한국 식품점들을 다니며 작업복차림으로 주간지 신문에 5년 동안 넣으시던 목사님의 손길이 자꾸만 아른거립니다.

일년중 상당수는 몸소 금식하며 성도들의 금식훈련을 시키기 위해 성도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너덜너덜한 연쇄금식기도 챠트.
16년 동안 쓰신 40만마일이 넘는 시동 꺼진 자동차, 일하다 내려놓은 책상 위 안경, 쓰시던 전화기, 입으시던 소매 낡은 양복, 벗어놓으신 구두와 시계, 드시던 약들이 그대로 놓여 있는데 하루하루 기다려도 목사님은 오늘도 돌아오시질 않습니다.
그리움이 썰물처럼 밀려오고 가슴이 저미고 쓰라립니다.
지난해 9월부터 아빠 살리기 위해 학교휴학하고 병원 따라 다니며 애쓰던 소피아가 너무 애석하고 보고싶은지 아빠를 밤마다 그립니다.
솔로몬은 남자라서 그런지 표는 잘 내지 않으면서 18살 생일선물로 맞춰놓은 양복에다 아빠 넥타이, 심지어 신으시던 아빠 양말까지 소리 없이 내어서 신고 다닙니다.
그렇지만 스탠포드 합격증에 이어 하버드 합격증을 받고 아빠 사진 앞에 가서 소식을 전하던 아들은 끝내 울음으로 바뀌었습니다.

4살 막내 요안나는 아빠 천국 가셨다고 말하면서 늘 하던 대로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아버지 아빠 목 다 낮게 해 주세요”로 시작하고 문득문득 “왜 아빠, 빨리 안 와”라고 소리칩니다.

10년 전 교회를 개척하시어 10명 남짓 교인들과 더불어 선교 말로 주님의 지상명령이요, 교회가 해야할 본분이라 하시며 매년 오지를 찾아 교인들 데리고 단기 선교를 다녔던 목사님.
투병생활 하시던 기간은 매주 유언을 하듯 강단에 서셨고 생명을 살리고 한 생명이 예수님의 온전한 생명으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구했습니다.
외롭고 힘들고 한 작은 이민교회 목회자의 짧은 생애였지만 진리 앞에 사자같이 담대했고 교회를 해치려는 사탄의 술수 앞에 가차없이 질책하며 교회를 지키는 일에 생명으로 사수하고 한 영혼을 구하는 일에는 온몸이 부서지도록 아끼지 아니 하셨던 목사님.
목사님 마지막 가시는 천국 환송예배 때 수많은 주의 종들과 구름 떼처럼 모여든 지역성도들의 애석함으로 보내 드리는 그 길이 증거가 되니 저와 자녀를 그리고 노엘장로교회 가족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성훈 목사님은 생명의 면류관 의의 면류관을 쓰시고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고 머리에 기름부음을 받으며 그렇게 크게 부르고 싶어하시던 찬양을 주님께 마음껏 드리며 생명수 강가에서 위로와 기쁨을 누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저희와 여러분들과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계실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우리목사님께 끝없이 사랑을 베풀어주신 원근 각처에서 오신 동역자님들, 세계 각처에서 전화로 위로해주신 주의 종들과 주안에서 형제 자매된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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