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는 신화] 최고의 무기…헤라클레스
오른손에 큼지막한 몽둥이를 어깨 위로 쳐든 채 왼손으론 사자의 갈기털을 움켜쥐고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이 남자, 바로 헤라클레스(Heracles, 로마ㆍHercules)입니다. 그런데, 이 석상의 배경이 눈에 익으시다구요? 그렇습니다. LA 한인타운 한복판 웨스턴가의 한인 상가 입구입니다. 어떤 이의 제안으로 헤라클레스가 이곳에 있게 됐는지 알길이 없지만 이렇듯 신화는 늘 우리 곁에 있음을 증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대쪽 입구에는 신녀 뮤즈(Muse)가 서 있습니다.인간으로서 수많은 괴물을 퇴치하는데 앞장 선 헤라클레스는 막강한 힘과 용기, 재치 그리고 성적 매력이 압권인 사내다움의 모범으로 꼽히며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지금 그가 때려잡고 있는 사자는 그리스 산간 골짜기에 출몰하며 사람과 가축을 물어 죽이는 '네메아의 사자'입니다. 화살과 창으로도 죽일 수 없자 몽둥이로 두들켜 팹니다만 이도 통하지 않습니다. 결국 목을 졸라 죽인 뒤 사자의 발톱을 뽑아 이것으로 가죽을 벗겨 뒤집어 쓰고 다닙니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잉태케 한 수많은 사생아(?)들 중의 하나로 그의 아버지 제우스가 이미 결혼한 여인인 알크메네와 동침하여 얻은 아들입니다. 알크메네의 남편 암피트리온이 전쟁에 참가하느라 집을 비운 사이 제우스는 암피트리온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와 밤을 보내는데, 이날 제우스는 밤의 길이도 보통 밤보다 3배로 늘려 기나긴 밤을 보냅니다.
훗날 남편이 간통을 의심해 그녀를 화형에 처하려 하자, 제우스가 비를 내려 구했답니다. 어쨌든 헤라클레스는 성골(신) 아버지와 진골(인간 귀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인간입니다. 신이 됐다면 영생불사의 몸이 됐겠지만, 지난번 아킬레스처럼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아킬레스를 영생불사로 만드려고 그의 어미가 발목을 쥐고 불길(혹은 지옥의 강)에 달궜지만 그 뒤꿈치만 불(물)이 닿지 않아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말았지요.
제우스 역시 아비인지라 헤라클레스를 불사의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해 아들에게 잠든 그의 본처 헤라의 젖을 물립니다. 젖빠는 힘에 놀란 헤라가 헤라클레스를 뿌리치자 그때 흘러나온 젖이 은하수(Milky Way)가 되었답니다. 그 뒤 헤라는 호심탐탐 헤라클레스를 죽이려 드는데, 8개월 때 요람에 두 마리의 독사를 보냅니다만 헤라클레스는 훗날의 영웅답게 손으로 목 졸라 죽입니다.
이후 수많은 위업을 달성하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12과업'입니다. 헤라가 내린 광기로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 헤라클레스는 죄값을 치르기 위해 이 과업을 이루고 불멸자가 됩니다.
위 사진 속 장면이 그 첫번 째 과업입니다. 이후 머리가 여섯 개 달리 물뱀 히드라 죽이기, 황금뿔을 가진 사슴ㆍ거대한 멧돼지 생포하기, 수백 마리의 가축이 수십 년간 싸질러 놓은 가축우리 오물 청소하기, 크레타의 황소 생포하기, 식인 괴조 죽이기, 식인 말 생포하기, 아마존의 여왕 허리띠 구해오기, 머리와 몸통이 셋 달린 괴물 왕이 가진 소 몰아오기, 황금 사과 구해오기, 저승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 생포하기를 마치고 최고의 영웅으로 등극합니다.
당연히 트로이전쟁에서도 한몫 합니다. 오늘날에는 미군 수송기(Lockheed C-130 Hercules)로 육ㆍ해ㆍ공군을 돕고 있지요. 지대공 미사일(MIM-14 Nike Hercules)로도 변신했습니다. 혼자서도 모자라 승리의 여신 나이키(Nike)도 가세했네요.
글ㆍ사진 =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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