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역사상 히트게임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20년이란 오랜 세월동안 게이머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게임은 흔하지 않다. 그 중 대표적인 게임이 스퀘어소프트의 히로노부 사카쿠치가 개발한 콘솔게임인 '파이널 판타지'다.
파이널 판타지는 1987년 비디오게임기인 '패밀리 컴퓨터용'으로 처음 개발됐다. 이후 슈퍼패미컴과 플레이스테이션(PS)용으로 구동 콘솔을 바꿔 현재까지 12편의 시리즈가 선보였고 지난 12일 막을 내린 게임쇼 E3에서는 차세대 게임기 PS3용의 시리즈 13편의 시범판이 공개돼 업계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끈바 있다.
파이널 판타지는 게임역사에 한획을 그은 대작이다.
예를 들어 게임기 업계의 판도를 뒤바꾼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다. 3D로 처음 만들어진 '파이널 판타지 7'은 당시 세가 '새턴'과 닌텐도의 '64'에 열세를 보이던 후발주자 소니의 PS가 단번에 콘솔게임기 업계의 1위자리를 차지하도록 했다.
동일한 타이틀로 장장 20년간 12편의 시리즈까지 출시된 게임도 파이널 판타지가 유일하다.
판매수도 기록적이었다. 적게 팔렸을때가 150만장이고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 7, 8, 9의 경우 일본에서만 한해에 400만장 가까운 게임이 팔렸다.
또한 파이널 판타지는 영화로도 제작되고 게임의 주제가가 일본과 미국, 한국의 인기 가요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새로운 시리즈가 출시될때마다 게임외적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파이널 판타지가 오랜 기간 게이머들로부터 인기를 끈 이유는 뭘까?
파이날 판타지를 처음 접한 게이머들이 십중팔구 하는 말이 있다. "이게 게임이야? 영화야?"라는 말이다.
사실 파이널 판타지의 스토리 구조는 롤플레잉 게임의 정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린 소년이 세상을 구할 운명을 띄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런 그가 모험에 나선다". RPG게이머라면 지겹게 접했을 이야기 구조와 세계관이다.
하지만 그저 그런 RPG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 실사 영화에 가까운 현란한 3D영상과 음악이다.
빼어난 영상과 음악은 게임을 '허구'로 여기고 덤벼들었던 게이머들에게 착각을 불러온다. 게임을 즐기다보면 게이머들은 어느덧 세상을 위협하는 괴물을 물리치는 현실속의 영웅이 되고 만다. 영화와 음악이 눈과 귀를 속여 게임과 현실을 동화시켜버리기 때문이다.
파이널 판타지의 비주얼이 얼마나 뛰어난가 하는 것은 인터넷에서도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수 있는 '미션을 완성할때마다 등장하는 컴퓨터그래픽(CG) 영화'를 보면 쉽게 알수 있다. 짧은분량의 CG 영화이지만 영상의 수려함과 음악때문에 실사영화 못지 않은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는 게임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임스 본드'의 팬들이 새로운 007 시리즈를 기다리는 것처럼 많은 게이머들은 새로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기대한다. 이들은 13탄은 물론 100탄이 나오더라도 언제나 반갑게 파이날 판타지를 맞이해 줄 것이다. '게임'이 세상의 주류문화로 떠오르는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