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에세이] 나치즘과 '우생학'
<김현영 펜실베이니아주 수의연구관>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독일 나치의 비인도적 인체실험과 인종청소 기록을 볼 수 있었다. 독가스실 시체소각실 시체들의 머리카락을 거둬 모아놓은 방 목발 안경등을 모아둔 방 처형당했거나 생체실험 후 흉악한 몸골을 하고 있는 포로들의 사진들을 보면 누구라도 할 말을 잃고 말 것이다.
나치사상은 독일민족 우월주의에 유래한 우생학(Eugenics)을 신봉하고 정권차원에서 이 학설을 사회에 확대적용한 것이다. 인종의 생물학적 특징에 주안점을 두면서 타인종과의 투쟁을 통해서만 위대한 독일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광신적 애국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우생학이란 유전학 의학 통계학 등을 기초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확장시켜 인류를 개량하려는 학문으로서 1883년 영국의 프란시스 갤톤에 의해 시작됐다. 선택적 교배로 인해 홀스타인과 같은 우수한 젖소 품종을 개발하여 양질의 많은 젖을 생산케한 것처럼 사람도 일련의 실험을 통해 개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에 기초한 것이다. 실제 동물연구에서도 우량 암젖소로부터 난자를 수집하여 우수한 정자와 수정시킨 뒤 이를 대리 암소에 착상시켜 우수한 송아지를 출산케 하는 일이 빈번하다.
나치정부의 우생학적 만행은 조직적으로 연구됐다. 1단계에서는 정신병자 부랑아 정신박약아 유전성질환자 범법자들에게 불임시술을 강제로 시행했으며 2단계에서는 정신병자 간질 맹인 귀머거리 알콜중독자들을 강제로 안락사시켰고 3단계에서는 살 가치가 없는 인생들로 분류된 유태인 동성연애자 공산주의자 집시 슬라브족 전쟁포로들 900만명을 독가스로 학살했다. 특히 모든 유태인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고 비유태인과의 혼인도 금지시켰다. 이어 유태인의 노란 별 표식 착용을 의무화했고 유태인 의사와 변호사들은 직업을 잃었다.
1923년 미국에서 우생학 협회가 창설됐고 그로부터 3년 후 우생학을 기초로 단종 법안이 제정됐다. 이 법안에 따라 정신박약아 불구자 유전적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도록 강제 불임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앞서있던 미국 우생학의 협조와 연구비 후원으로 나치 주도의 우생학이 체계적으로 발전됐다. 폴란드인은 배타적이고 이탈리아인은 범죄형이라 구분하는 등 미국의 우생학은 인종차별주의를 형성했다. 우생학은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백인들만이 세계를 지배하는 민족이라는 믿음을 미 전역에 퍼뜨렸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우생학자들은 생물학적으로 열등한 타인종들의 미국행 이민을 막았다. 실제로 미 의회는 1924년 앵글로 색슨족의 이민을 독려하는 대신 유대인이나 동유럽 남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민족의 이민을 제한하는 이민법을 통과시켰다. 1965년에 이르러 이민에 대한 제한이 풀리게 되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안계 이민자들 남미 이민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나치의 만행은 우생학을 통해 인류의 개량을 꿈꾼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잔혹성을 여과없이 보여줬던 사건이다. 모든 인간은 고귀하다. 저마다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개성과 능력이 다르고 주어진 인생 길이 다르다. 우생학에서 제거대상으로 분류된 장애인에게도 신의 놀라운 섭리가 부여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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