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땡볕에 응원열기 거리에 '라면열'까지 더해졌다. 다울정 단체응원에 참석한 최선우(62.LA)씨는 바닥에 주저 앉아 사발면을 먹으며 "라면이 냉면보다 더 시원하다"고 강변했다. 미국에서 언제 땅에 주저 앉아 음식을 먹어 보겠냐는 최씨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고.
태극기를 두르고 붉은색 탱크탑을 입은 남녀가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단체응원 장소에서 사발면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간간이 먹거리에 눈먼 홈리스들도 눈에 띄었다.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한인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 홈리스에게 "여기서 무얼 하는 줄 아세요?"하고 물었더니 묵묵부답.
○…'찜질방이 따로 없네' 응원장 뒤쪽에 멀치감치 떨어져 혼자 덩그러니 뜨거운 아스팔트위에 자리를 깔은 중년 남성은 "뜨끈뜨근한 게 찜질방이 따로 없다"며 "언제 이렇게 소리를 질러볼수 있겠느냐"고 고래고래 함성.
○…다울정 단체응원장에서 전반전이 끝난 후 열린 의상 콘테스트 우승은 다이아몬드바 고교에 다니는 한인 학생 5명이 차지했다. 상품으로 한국선수단이 직접 싸인한 공을 받은 학생들은 사람은 5명인데 공은 한개를 주자 한참을 고심하다 "일주일씩 돌려가며 보관하다 2010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우승하면 한인사회에 기증하겠다"고 약속.
○…단체응원전이 펼쳐지진 다울정 근처의 음식점들과 베이커리 커피샾 등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경기시작 몇 시간전부터 모여든 인파로 매출이 부쩍 는 것. 베이커리 '윈'에서 파트타임 직원은 "평소때 보다 매출이 2~3배 이상 늘었다"고 즐거워 하기도.
○…백인 라티노 흑인등 타인종 응원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은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몸에 감는 등 한인응원단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열성적으로 한국팀을 응원.
○…희망과 허탈감이 극에 달한 하루였지만 한인 응원단의 매너는 우승감. 경기가 끝나자 망연자실해 하던 한인응원단은 쓰레기를 줍는 등 이내 질서 정연한 자세로 돌아왔다. 한인 응원단 모습에 한국팀의 패배로 잠시 긴장했던 순찰경관들도 안도.
○… 합동응원장의 혼잡한 주차 문제를 우려에 버스를 이용하는 한인들도 많았다.타운 내 버스 정류장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차려입은 노인들이 땡볕에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에 지나가던 한인 젊은이들이 차량을 멈추는 흐뭇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레슬리 양(20.유학생)군은 "거동이 불편한 나이에도 합동응원에 참가하려는 노인분들의 모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마디.
○… 경기 전반 스위스의 첫 골이 터지는 순간 윌셔가에 있는 '킹슬리 양로보건센터'의 200여명 노인들 사이에서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눈과 귀가 어두운 일부 노인들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스위스팀을 한국팀으로 착각한 까닭.
이날 양로보건센터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노인들은 합동 꼭짓점 댄스를 춰가며 '붉은악마' 못지 않은 응원열정을 보여주기도.
○… '한국팀 응원 한국사람만 하라는 법 있나요.' 아르메니아계 라피 싸키시아(43)씨는 박지성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가 박힌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이날 윌셔가를 활보.
LA한인타운에 있는 직장에서 6년째 일하고 있다는 싸키시아 씨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16강에서 맡붙게 될 상황을 상상하며 한국팀을 응원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서운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