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미국 탐험대 기지에 소속된 제리 셰퍼드는 썰매개 (sled dog) 여덟 마리와 함께 탐험대원들의 가이드를 맡고 있다.
한 지질학자의 화성 운석 수집 작업을 도운 직후 갑자기 불어닥친 거대한 폭풍을 피해 탐험대원 모두와 철수하게 되는데, 수송기의 탑승 능력 부족으로 썰매개들은 남겨둔 채 곧 데리러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떠난다.
그러나 폭풍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라 남극으로 돌아갈 일체의 공식적인 교통편이 두절된다.
남겨진 여덟 마리의 썰매개들은 묶인 쇠사슬을 끊고 생존을 위한 투쟁에 들어가고, 제리는 독자적으로라도 돌아갈 교통수단을 구하기 위해 만방으로 뛰어보지만 경비 마련을 못해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한 시도 개들을 잊지 못하고 약속을 못 지킨 가책 속에 살아가던 제리가 우여곡절 끝에 남극으로 되돌아 간 것은 그곳을 떠나온 지 이미 6개월이 지난 후였다.
1957년에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일본에서 1983년에 영화화한
<남극이야기>
를 디즈니에서
<에이트 빌로우>
(Eight Below)란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감독은 제작자로 더 유명한 프랭크 마샬이 맡았다.
그는 이전에 눈 덮힌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 승객의 생존을 위한 극한 투쟁을 그렸던
<얼라이브>
(1993)를 감독하였는데 이번에도 눈과 극한 상황이란 배경을 가진 영화의 감독을 맡게 됐다.
<남극이야기>
는 일본에서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약 20여 년 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가 상영될 때까지 그 흥행 기록을 굳게 지킨 감동의 명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개들이 으레 그렇듯이 여기에 등장하는 개들도 인간에게 너무나 충직한 모습을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버려진 참담한 상황 아래서도 자기들 간에 보여주는 서열의식과 부상 당한 동료에게 베푸는 보호의식, 그리고 동료들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희생정신은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리더가 부상 당하자 새로운 리더가 자발적으로 나타나 동료들을 이끌어 가는 모습은 정말 대견해 보인다.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와
<블루 스톰>
(Into the Blue)의 폴 워커가 제리 역을 맡고,
<아메리칸 파이>
의 제이슨 빅스가 공연하고 있지만 그들의 연기와 역할, 심지어 제리의 로맨스까지도 썰매개들의 활약에 묻혀 버린다.
이 영화의 참 주인공은 시베리안 허스키 여섯 마리와 알래스칸 맬러뮤트 두 마리, 이들이다.
실제로 이들의 연기력 또한 대단하다.
여기에 동원된 개들 중 몇몇은 버려진 개들 가운데서 발탁했다는데 나르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바다표범과 격투를 하며, 얼음 위를 살금살금 기는 연기에서 눈빛 연기에 이르기까지 놀랄만한 명연기를 펼쳐 보인다.
(조련사들의 노고가 어떠했으리라는 상상을 해보시라!)
그리고 관객은 자신의 분신 같은 개들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제리의 노력에서 느끼게 되는 감동보다 약속을 못 지킨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제리를 구원하는 개들의 의지로부터 훨씬 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무더운 여름철에 온 가족이 함께 시원한 남극의 설원을 배경으로 하여 펼쳐지는 감동의 드라마를 즐겨 보자.
참고로, 영화와는 달리 이제는 남극에서 썰매개를 볼 수 없다.
1993년부터 개 홍역이 바다표범에게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썰매개의 남극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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