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단정한 외모에서 다소 여성스러움마저 풍기는 마틴 곽(30세.회사원) 씨를 보면 과연 군대를 갔다 오긴 한 건가 의아해진다. 샌님 같기만 한 그가 해군으로 탄탄하고 빡빡한 군대생활을 했다는 이야기는 의외였다. 그는 군대이야기를 한 번 시작했다 하면 듣는 사람을 군대라는 집단생활이 주는 묘한 재미에 걸려들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남가주 한인 300여명으로 구성된 미주족구연합회는 매년 3차례 페넌트 레이스를 벌인다.
신병 시절 그는 고참들 눈치 보느라 청소 시간에 마대자루부터 붙잡고 솔선수범해 청소를 하려다 엄청 두들겨 맞았다고 한다. 상병 이상이나 잡을 수 있는 마대자루를 어찌 감히 이병 쫄다구가 잡고 튀려 하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운동을 남달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족구는 천천히 움직이던 내무반 시계추에 속도를 더하던 유일무이한 여흥이었다.
제대한 지도 이제 10여년 아직 펄펄 뛰는 젊은 날의 정열을 발산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던 그가 선택한 운동은 족구. 그리 넓지 않은 집 뒷마당과 회사 주차장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었다.
무엇보다 별다른 준비물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은 족구의 커다란 매력이다. 네트와 공만 있으면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정해 놓은 유니폼도 따로 없어 그저 반바지에 티셔츠면 충분하다. 경기도 사람 수가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어 좋다.
손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위를 쓰는 족구는 10분만 뛰어도 이마에 땀이 방울방울 맺히는 격렬한 스포츠. 2시간 정도 하다보면 별다른 운동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만큼 운동 효과 만점이다. 서른을 넘기면서 친구들은 벌써 배가 나와 고민이라고 하는데 족구로 단련된 그의 몸은 단단하고 야물차다.
예전엔 그냥 양복 윗저고리만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족구를 했었다. 그러다 공에 맞아 세탁비를 적잖게 지출한 경험이 있는 그는 사무실에 아예 티셔츠와 반바지 운동화를 가져다 놓고 운동을 할 때마다 갈아입는다.
그도 한국 남자 가운데 하나인지라 족구 하나를 해도 그냥 하지는 않는다. 음료수 담배 등 작은 것이라도 뭔가 당근을 내걸 때 족구 경기는 훨씬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직원들과 식사도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스텔라 박 객원기자
미주 족구 연합회
1996년 결성돼 남가주에 3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한국의 생활체육 전국족구연합회 미주지역 산하단체로 위촉됐고 사우스베이.세리토스.애나하임.오렌지.가든그로브 5개 팀이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8시부터 연습경기를 일요일 오후 7시부터 연중 3차례의 10주간 페넌트 레이스를 벌인다.
6월에 본보 주최로 '한류 족구 대회'를 치뤘고 10월 미주 전국 족구대회를 치룬다.
▷모임 장소=세리토스 스포츠 콤플렉스(19800 Bloomfield Ave. Cerritos)내 족구 전용 테니스장.
▷가는 길=605 South-Del Amo에서 내려 좌회전-Bloomfield에서 좌회전-195가에서 우회전-오른쪽으로 공원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