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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월드컵 통산 4회 우승

San Francisco

2006.07.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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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승부차기승
지난 한 달 동안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 버린 파비오 칸나바로가 축구계 최고의 상을 차지하며 2006 FIFA 월드컵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큰 아쉬움을 남긴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를 꺾고 이탈리아 대표팀이 승리하자 이탈리아의 네 번째 FIFA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는 폭죽이 올림피아슈타디온의 어두운 밤 하늘을 수놓았다.

큰 기대와 관심 속에 시작한 제18회 결승전은 그토록 오랫동안 우아한 기술을 선보이며 영광을 누려 온 지단이 은퇴를 눈앞에 두고 레드 카드를 받는 놀라운 드라마로 막을 내리게 됐다.
결국 오늘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다섯 골을 모두 성공시킨 이탈리아 대표팀이 다비드 트레제게가 실축한 프랑스를 누르고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파비오 그로소가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면서 이탈리아는 이제 FIFA 월드컵 우승 횟수에서 하나 차이로 브라질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지단은 아마도 평생 오늘 밤을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는 은퇴하는 주장 지단을 위해 1998 월드컵 우승을 되풀이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지단이 왜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이마로 밀쳤는지, 그 이유는 지단 자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단은 수천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프랑스 응원단이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경기 진행 요원과 함께 터널을 통과해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 했다.


관중은 경기 내내 프랑스의 응원 구호 '알레 레 블뢰(Allez les Bleus)'를 끊임없이 외쳤다.
프랑스 대표팀은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결국 경기를 지배한 것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이탈리아였다.
오늘 프랑스는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대표팀이 위협적인 모습으로 경기를 지배하려 한 데 이어 프랑스가 놀라운 경기력을 회복하며 다시 흰색의 우세를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두 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트레제게가 실축한 공이 크로스바에 맞은 후 라인을 넘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양 팀이 맞붙었던 UEFA 유로 2000 결승전에서는 트레제게가 골든골을 터뜨리면서 이탈리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이후 이탈리아는 이를 회복하는 데 6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트레제게는 1994 FIFA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뼈아픈 실축으로 브라질에 우승을 넘겨줬던 이탈리아의 스타 선수 프랑코 바레시와 로베르토 바조의 아픔을 곱씹게 됐다.
승패가 결정된 뒤 유벤투스 동료 선수인 마우로 카모라네시가 그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는 첫 슈팅으로 멋지게 출발했지만 칸나바로와 격렬하게 몸을 부딪히고 말았다.
그가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자 프랑스의 희망에 먹구름이 끼는 것 같았다.
들것이 경기장으로 들어왔지만 다행히 3골을 기록 중인 공격수 앙리는 계속 뛸 수 있었다.


앙리는 파비앵 바르테즈의 긴 크로스를 받아 헤딩슛을 시도했다.
플로랑 말루다가 이탈리아 수비진 한 가운데로 쇄도하자 마테라치가 그를 넘어뜨렸다.
전반 7분경 지단이 페널티킥을 침착하고 가볍게 칩슛으로 차 넣었고 공은 골대를 맞고 아슬아슬하게 골라인 안쪽으로 떨어졌다.


지단은 페널티킥 성공으로 2회 이상의 월드컵 결승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펠레, 바바, 파울 브라이트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늘의 선수
안드레아 피를로: 미드필드에서 발산된 완성도 높은 기술
이탈리아의 전진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탈리아의 패스는 정교했고 태클은 위력적이었다.
안드레아 피를로와 젠나로 가투소가 확실하게 미드필드를 장악했으며, 잔루카 참브로타와 마우로 카모라네시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터치 라인 부근에서 마우로 카모라네시의 끈기와 노력이 결국 코너킥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전반 19분 동점골로 연결되었다.
피를로가 공을 문전으로 정확하게 올려 주었고 이것을 마테라치가 헤딩슛으로 연결, 골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구름에 가렸던 태양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 열정적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낸 이탈리아 팀을 밝게 비추었고 또 경기장 안의 열기도 더욱 높여 놓았다.
이후 앙리가 프랑스 공격의 핵심으로서의 모습을 점차 보여 주기 시작했고 또한 그는 뛰어난 체력을 자랑하는 신예 리베리로부터 좋은 플레이를 이끌어 냈다.


프랑스는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특히 연장전에서 지단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주어졌다.
지단의 헤딩슛은 날카롭게 골문을 향했으나 부폰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지단에게 있어 불운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 그는 그의 은퇴 경기를 9분 일찍 마감하고 말았다.


-오늘의 골
파비오 그로소 -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한 마무리
트레제게의 실축 이후 승패는 파비오 그로소에 의해 결정될 운명이었다.
팔레르모 소속 수비수인 그는 중앙선으로부터 걸어가면서 마음을 가다듬었고 결국 그의 왼발 슈팅이 골네트 오른쪽 구석을 가르면서 이탈리아에게 감격의 승리를 안겨 주었다.
이탈리아가 24년 만에 다시 세계 챔피언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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