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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물으면 글로 답하는 '챗봇'<Chat Bot>

Los Angeles

2016.04.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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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활용 메신저 업체들 개발
인간과 컴퓨터의 새로운 소통 방식
생활·쇼핑 정보 제공 '봇숍'도 등장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세기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챗봇(Chat Bot)이 또 하나의 소통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챗봇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인간의 대화를 흉내 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사용자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사람과의 대화처럼 바꿔주는 기술을 의미한다. 짧은 메시지를 주고 받는 용도 정도로만 여겨졌던 메신저 서비스가 이런 챗봇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 앱 '킥(Kik)'은 봇숍(Bot Shop)을 열었다. 화장품 업체 세포라, 의류 업체 H&M, 날씨 전문 방송 웨더 채널 등 16개 회사가 봇숍에 참여했다. 사용법은 이렇다. 사용자가 킥의 대화창에서 봇 이름 앞에 '@'를 붙여 질문하면, 해당 업체의 챗봇이 등장해 답을 준다. 예를 들면, "@Sephora 가장 많이 팔린 립스틱은 뭔가요?"라고 질문하면 세포라의 챗봇이 대화 상대가 돼 답을 해 주는 방식이다. 킥 이용자들은 각종 생활 정보와 쇼핑 정보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챗봇은 세계 각 국의 메신저 업체들이 시범 운영중이다. 독일의 텔레그램은 지난 여름 봇 플랫폼을 개발했다. 네이버 라인도 챗봇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전 세계 14억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도 지난 12일 열린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챗봇 개발 도구를 공개했다.

챗봇의 선두 주자는 중국의 위챗이다. 사용자들은 위챗의 챗봇을 통해 호텔과 병원 예약을 할 수 있다. 영화표 구매 정보와 실시간 주요 도로 정보도 제공 받는다. 기존에는 직원이 직접 고객의 물음에 정보를 찾아 답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챗봇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 제공을 하고 있다.

미국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챗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신저 앱 킥뿐만 아니라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패스트푸드점 타코벨 등까지 챗봇 플랫폼 도입에 뛰어들었다.

핵심은 인공지능 기술이다. 저장돼 있는 데이터를 검색해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CEO는 3월 빌드(Build)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몇 년 내에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듯 사람과 디지털 비서, 사람과 챗봇, 심지어 디지털 비서와 챗봇이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미래는 인간과 기계의 경쟁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가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넘어야 할 한계도 있다. 사람의 대화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챗봇 인공 지능은 운영이 되는데, 사람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챗봇 테이(Tay)를 공개했다가 하루도 안돼 운영을 중단했다.

사람들이 테이에게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의 말을 가르쳐 테이가 막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테이는 "부시가 9.11 테러를 일으켰다"거나 "지금 백악관에 있는 원숭이보다 차라리 히틀러가 나았을 거다"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말도 내뱉었다.

하지만 킥의 마이크 로버츠 최고책임자는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적절하지 않은 말이 무엇인지, 도덕 관념에 어긋나는 말이 무엇인지까지 학습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지적된 문제도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오세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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