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Pirates of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가 개봉됐을 때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해적영화는 수 십 년 전에나 통하던 소재이지 더 이상은 먹히지 않는 소재가 된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에롤 플린 (
<블러드 선장>
, 1935)이나 더글라스 페어뱅스 (
<검은 해적>
, 1926), 버트 랭카스터 (
<진홍의 도적), 1952), 타이론 파워 (<검은 백조>
, 1942) 등이 등장하던 해적영화들의 인기는 정말 좋았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서는 해적영화의 제작도 뜸해졌고 그나마 제작되었던 몇 편 (
<컷스로트 아일랜드>
, 1995 외)마저 흥행이 부진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제작비를 들여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인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컨셉을 따온 해적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현명한 선택같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의 방향으로 놀랄 만했다.
그 영화가 세계적으로 6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이에 힘입어 영화는 3부작으로 확대 기획돼 이번에 제2부
<망자의 함>
(Dead Man's Chest)이 개봉되었고, 이 영화가 세계 영화계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지의 제왕>
때처럼 제3부도 동시에 촬영되었고, 내년 3월 경에 개봉한다고 한다.
영화는 해적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인도회사의 경영자 커틀러 베켓 경의 음모로부터 시작된다.
베켓은 엘리자베스 (키라 나이틀리 분)와 윌 터너 (올랜도 블룸 분)의 결혼식을 중단시키고 그들에게 사형수 잭 스패로우 선장 (쟈니 뎁 분)의 도피를 방조한 죄를 들어 사형을 언도한다.
그리곤 윌 터너에게 잭 스패로우의 나침판을 가져오면 죄를 면해 주겠다는 거래를 은밀히 제안한다.
잭은 바다를 지배하는 유령선 '나르는 네덜란드인 (Flying Dutchman)'호의 선장인 데비 존스와 맺은 영혼 계약에서 벗어나고자 '망자의 함'을 찾고 있다.
제1부에서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노링턴 제독도 자신의 회복을 위해 '망자의 함'을 찾고 있다.
잭 스패로우만이 주인공처럼 돋보였던 제1부와는 달리 제2부에선 여러 배역에게 비중이 어느 정도 배분된 느낌이나, 대강의 구조는 제1부와 유사하다.
제2부에는 제작비가 전편의 두 배가 넘는 3억 불이나 투여된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와 볼거리가 한층 풍성해졌다.
전편에서 가장 볼 만했던 광경은 달이 뜨면 해골로 변하는 블랙펄호의 선원들의 모습과 이들이 동인도회사의 인터셉터호 선원들과의 해상 전투 장면이었다.
제2부에선 식인종들로부터 탈출, 거대한 문어 모양의 괴물 크라켄을 상대로 한 블랙펄호의 사투, '망자의 함'을 둘러 싸고 물레방아의 바퀴에서 벌이는 3각 대결 장면들이 볼 만하다.
그리고 얼굴에 문어다리가 수염처럼 마구 뻗어있는 데비 존스 선장이나 따개비류로 몸이 덮혀 있는 유령선 선원들의 모습이 매우 그로테스크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디즈니사 제작이니만큼 어린이들까지 대상으로 보고 제작했겠지만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 보면 과연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영화인지 주저하게 된다.
주요 캐릭터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상대방을 거침 없이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장면들이 연속되고 있어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신경이 쓰인다.
요즘 아이들은 영특해서 이 정도는 무리없이 잘 소화시킨다고 봐야 하는 것인지…
상영시간이 2시간 반이나 되니 긴 편이지만 영화는 지루함을 느낄 틈 없이 스피디하고 박진감 있게 진행된다.
보다 보면 어느새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데, 제3부를 명백히 예고하면서 끝나는 마무리는 제2부를 독립된 영화라기보다는 단순히 길이 때문에 제3부와 나눈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참고로, 제3편
<세상의 끝>
에는 새로운 악당 역으로 주윤발이 등장한다고 한다.
세상의>
반지의>
망자의>
컷스로트>
진홍의>
검은>
블러드>
캐리비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