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붙은 빙하만 해도 616개, 이름 없는 것까지 치면 모두 10만여 개란다. 전국의 최고봉 20개 중 17개, 호수는 300만 개, 강 3000개가 있는 곳, 미국 최후의 변방, 알래스카다. 겨우내 꽁꽁 닫혔던 바닷길이 비로소 열렸다.
육로로는 캐나다를 거쳐야 하고, 바닷길은 연안 수로가 유빙으로 가득차 쉽사리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던 땅이다. 피요르드를 가득채웠던 빙하의 조각들이 살랑살랑 봄바람에 녹아내린 것이다.
이때랍시고 크루즈선들이 일제히 그 항로로 몰려들었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대개 5월부터 9월까지가 시즌이다. 손수 운전해서 대륙 이 구석 저 구석을 찾아 다니건,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다니건, 여행은 긴 인생여정에 큰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활력소다.
그 여행의 정점에 크루즈가 있다. 한 번 객실에 짐을 풀면 하선할 때까지 짐을 꾸릴 필요가 없고, 24시간 언제나 즐길수 있는 고급 뷔페식당, 스파, 수영장, 극장, 거기다 카지노까지…, 게다가 창밖으로는 알래스카 원시의 자연풍광이 펼쳐지고, 아침에 도착하는 기항지마다 특별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들이 즐비하니, 한번쯤 꿈꾸는 인생 최고의 여행이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족여행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 항로에는 대략 유명 선사의 크루즈선 11척이 운항을 하고 있는데 여행 상품에 따라 일정도, 가격도 차이가 크다. 시애틀에서 승선해서 알래스카 내해를 따라 북상해서 도시 케치칸을 거쳐 알래스카 주도인 주노, 멘덴홀 빙하, 유콘 테러토리의 탄광 열차, 캐나다의 항구도시 빅토리아 등을 들렀다가 다시 시애틀에서 돌아오는 7박 8일 일정이 한인 여행사들의 일반적인 상품이다.
왕복 일정을 피하고 싶다면 밴쿠버에서 북상해서 알래스카 북단 수어드(Seward)에서 하선해서 내륙관광을 하고 돌아와도 되고, 반대로 알래스카에서 승선해서 남하해 밴쿠버에서 여행을 끝낼 수도 있다.
알래스카는 눈길 가는 곳마다 특별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첫째, 셀 수 없이 많은 빙하다. 지난해 빙하가 바다로 떨어져 나오는 경치로 유명한 키나이 피요르드 국립공원을 방문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푸른 얼음덩이가 갈라지는 소리를 경험해보기를 권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크루즈선과 나란히 빙하 조각들이 둥둥 떠내려 가기도 한다.
둘째, 원시의 자연이다. 알래스카는 미국내 면적 대비 상위 20개의 국유림 중 15개를 지니고 있다. 크루즈선은 통가스 국유림의 해안을 따라 항해한다.
셋째, 그리즐리와 북극곰을 포함한 연어, 고래 등 다른 곳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야생동물의 보고다.
넷째, 초기 원주민들의 역사를 간직한 마을이다. 알래스카의 골드러시의 중심지였던 스케그웨이를 포함, 케치칸ㆍ주노ㆍ시트카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알래스카만의 독특한 문화다. 이누피아트 에스키모부터 틀링기트 인디언 부족의 다양한 원시문화가 어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