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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연봉 상상 초월

New York

2006.08.1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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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시내에는 'K스트릿'이라는 거리가 있다. 마름모꼴로 된 워싱턴 시내 정중앙에서부터 한 블록씩 더 나갈수록 A B C로 올라가니 10블록쯤 떨어진 곳이다. 이곳이 바로 로비스트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재작년 선거에서 낙선한 민주당 대표주자 톰 대슐 의원은 로비회사인 '알스톤& 버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 뉴스를 다룬 미국 언론 제목은 '대슐 K스트릿으로 간다'였다.

K스트릿은 워싱턴 시내에서 그럴 듯한 식당이 가장 많고 사무실이 운집한 거리다. 이 거리를 걷다가 양복을 빼 입은 누군가와 어깨를 부닥치기라도 하면 대충 로비스트라고 보면 될 정도다.

워싱턴은 로비의 도시다. 로비가 합법화돼 있다. 이상하게 볼 게 없다. 로비를 포기하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거다.

현재 미국 의회와 법무부에 등록된 로비스트 수는 줄잡아 3만5000명. 출신이 빵빵하다. 백악관 근무 경력자가 어림잡아 300명. 부시 대통령 측근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 역시 자동차공업협회 로비스트 출신이다. 고위 정치인 가족도 많다. 밥 돌 전 상원의원 아들 톰 딜레이 공화당 하원 전 원내대표의 딸 등. 잘 나가는 로비스트라면 연봉이 상상을 초월한다.

흔히 A급이라고 불리는 의회보좌관 출신이라면 20만~30만달러. 이 정도면 제법 구미가 당기는 직업 아니겠는가. 미국에서 가장 성장세가 뚜렷한 산업을 꼽으라면 로비가 단연 선두그룹에 들어간다.

그만큼 미국에선 로비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넘쳐난다. 대형 스캔들이 빈번하게 터지기도 하지만 잠시일 뿐 여전히 성업 중이고 앞으로도 고성장이 보장된 산업이다.

로비스트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백악관까지 접수함에 따라 로비 효과가 더욱 극대화됐고 그래서 로비스트도 1998년 이후 2배 가까이 늘었다.

K스트릿에는 로비회사 외에 싱크탱크.로펌 등이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처럼 몰려 있다.

등록된 로비스트들이 의회.행정부 등에 로비 비용으로 쏟아부은 금액은 2004년 21억달러. 1998년 14억달러에 비해 50% 늘었다. 2005년엔 더 늘어나 상반기에만 11억6000만달러가 뿌려졌다. 하루 637만달러꼴이다.

미국에서 로비는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고 있는 청원권적 성격의 기본 권리에 속한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과 권리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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