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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한국어의 비유와 상징

New York

2016.05.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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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비유와 상징은 문화의 정수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심오한 측면이 있다. 종교적인 이야기에 비유와 상징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비유는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을 통해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유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이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비유를 듣고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의사소통에 실패한 것이 된다. 이렇게 비유는 화자와 청자 간의 문화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비유의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호박 같이 생겼다'는 말은 언어권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호박'에 대한 문화권마다의 태도가 전혀 다르다. 한국어에서는 머리가 나쁜 경우에 '돌 머리'라고 하지만 언어에 따라 '돌 머리'의 해석이 전혀 달라진다. 영어에서는 '호박 머리(pumpkin head)'가 머리가 나쁘다는 의미다. 비유는 문화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메주와 같다'라는 말은 '메주'라는 문화를 이해하여야만 해석이 가능하다. '고사리 같은 손'에 대한 해석도 한국어와 일본어 간에 전혀 다르다. 한국어에서는 아이의 귀여운, 가냘픈 손이 연상되지만, 일본어에서는 주로 할머니의 손이 연상된다고 한다. 한국인은 고사리가 돋아날 때의 모습을 비유에 사용하였지만 일본어는 다 자란 이후의 모습을 비유에 사용한 것이다. 비유 중에서 직유는 비교적 이해하기가 쉽다. 그 이유는 주로 비유에 설명이 붙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이야기한 '호박 같다'라는 말에 '호박 같이 못 생겼다.'라는 표현으로 덧붙여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우리는 무수히 많은 상징 속에서 파묻혀 살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나 동작, 그리고 예술 행위 등은 모두 상징으로 나타나게 된다. 동물을 보면서도, 식물을 보면서도 우리는 상징을 부여하고 믿는다. 색깔에도 상징이 있어서 우리는 붉은 악마를 우리의 대표 상징으로 삼고, 붉은색 옷을 입고 경기장이나 시청 앞으로 향한다. 그러나 상징은 모든 민족, 모든 국가, 모든 언어권이 동일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상징은 다른 언어 문화권을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다른 이의 상징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침에 까치가 울었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용꿈을 꾸었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왜 일본 가게 앞에는 고양이가 손을 들고 서있는가?

인간은 모든 상징물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싶어 한다. 대표적인 예가 꿈을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꿈속에는 무수한 상징이 담겨 있어, 인간은 이러한 꿈을 통해 길흉화복을 점쳐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특히 아이를 가졌을 때는 아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이것이 태몽의 해석으로 나타난다. 간단하게는 아들, 딸의 구별에 대한 시도부터 자식이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인가 에까지 상징을 해석하고자 한다.

상징은 같은 언어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지혜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귀히 여기며, 어떤 것을 피하는지 '왜'라는 이유 없이 알고 있다. 상징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고 오랜 역사 속에서 더해지고 발달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상징에는 역사성이 있는 것이다. 많은 상징을 신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역사성을 말해주고 있다. 삼국유사를 보면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상징들을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까치는 이미 신라시대부터 상서로움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인의 비유와 상징을 생각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또한 한국어와 영어의 비유를 비교해 보면서 문화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비유를 가르쳐 보라. 비유와 상징은 언어문화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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