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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일기]다중인격장애와 귀신 들림

New York

2006.09.0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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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 포도나무교회 목사>

우린 좋던 싫던 포스트 모던 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 과학 이성이 중요시되던 모더니즘 시대와는 달리 포스트 모더니즘은 감성 신비주의 다원주의에 경도하는 시대이다.

전 시대에 비이성적이고 미신적인 것으로 취급되었던 담론들을 꺼내어 새롭게 그 실체를 규명해 보려는 것이 포스트 모던 시대의 작업이다.

그 중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귀신 이야기다. 소설이나 영화 흥행에서 재미를 보려면 귀신 판타지가 들어가야 할 정도다. TV 방송국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귀신에 대한 소재로 프로를 만든다.

얼마 전 SBS '호기심 천국'에서는 최면에 걸린 사람이 갑자기 자신이 마귀라고 떠드는 장면을 방송했다. 심하게 몸을 뒤틀며 몸부림치자 최면술사가 급히 최면을 풀었다. 이런 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떠다닌다. 귀신을 체험했다는 연애인들의 쇼. 이들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영적 실체에 접근해 보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S대 공대를 졸업하고 회사에 근무하던 가까운 선배 한 사람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간첩이 내려와 자기를 죽이려한다며 날카로운 칼을 들고 다녔다. 새색씨처럼 얌전하기만 하던 그 선배는 집안 사람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귀신이 들렸다며 기도원에 데려갔다. 면회간 친구에게 그는 "난 미치지 않았어. 그런데 귀신이 들렸다고 매일 밤 나를 몽둥이로 때리는데 못 견디겠어. 나를 좀 데려가다오" 부탁했다. 그러나 귀신이 들렸다고 굳게 믿는 가족은 그를 기도원에 두고 내려왔다. 얼마 후 선배는 사망했다.

귀신 제거 전문가 맥넛 박사(Francis MacNutt)는 귀신들림 귀신억압 정신병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귀신이 우리 마음 속에 들락날락하는 것을 '귀신 억압'(demon oppression)이라고 하고 귀신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사는 것을 '귀신 들림'(demon possession) 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상 귀신 들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귀신 억압은 많은 편이다. 이때 마음이 어두워지고 우울 답답 미움이 가득 차게된다. 죽고 싶은 생각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스라엘 초대 왕인 사울은 예언을 할 정도로 영적 상태가 좋았던 사람. 그러나 악령이 들어가자 자기의 충신 다윗을 죽이려한다. 악령이 떠나면 다윗을 '내 아들아'하면서 총애한다. 귀신 억압의 상태다.

귀신 억압의 상태와 정신 질환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심한 충격을 받은 사람은 귀신 들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어릴 때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그 충격을 이기기 위해 그 사건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것으로 믿어버린다. 그리고 그 상상의 인물과 함께 살아간다. 그 인물에 이름을 주고 그 인물로 변신할 때는 목소리까지 변한다. 영락없이 귀신의 짓으로 보이지만 '다중인격장애 MPD'라는 병이다. 다행히 상담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기도원에서 매 맞고 죽은 그 선배도 귀신 들림이 아니라 신경 쇠약이었을 것이다. 선배가 이상해지기 전 사랑하는 애인에게 실연을 당한 적이 있었다. 내성적이었던 그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귀신은 있다. 그러나 조금 이상해 보인다고 다 귀신의 짓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또한 오컬트 귀신 영적 현상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성경은 충고한다. '복술자나 길흉을 말하는 자나 요술하는 자나 무당이나 진언자나 신접자나 박수나 초혼자를 너희 중에 용납하지 말라.'

당신의 마음 상태는 당신이 조절할 수 있는 단계를 넘지는 않았는가.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주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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