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말 바다로 떠나는 이창석(35.페인트 업)씨. 그가 처음으로 카이트 서핑이라는 생소하고 유난스러운 레저를 시작한지도 벌써 6년이 넘어간다.
롱비치 해변에서 카이트 서핑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 컨트롤을 하고 있는 이창석씨.
그 이전에 3년 정도 서핑을 하느라 주말마다 바닷가로 자동차를 몰았지만 바다가 항상 '어서옵쇼' 하며 그를 반겨준 건 아니었다. 서핑이란 게 바람이 적당히 불고 파도가 적당히 쳐야 할 수 있는 레저. 기껏 만사 제쳐두고 바다로 향했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허탕을 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6년 전 어느 날 수평선을 바라보며 언제나 파도가 좀 높게 치려나 냉가슴만 태우던 그의 눈에 카이트를 타고 서핑을 하는 희한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적당히 파도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서핑과는 달리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하는 카이트 서핑은 아무리 약하더라고 바람이 있기만 하면 할 수 있는 레저. 서핑 하러 가서 바다만 바라보다 돌아온 날이 많던 그에게 이 신종 레저는 새로운 눈뜸이었다.
상당한 수준의 서퍼였지만 카이트 서핑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에게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부를 찾았지만 서핑하기도 바쁜데 카이트까지 조정하는 사람이 어디 그리 자주 눈에 띄었겠는가. 벙어리 가슴만 앓던 그는 카이트 서핑 DVD를 구입해 보고 또 보며 면밀히 관찰을 했다.
파도 위에서 균형 잡기도 힘든데 한꺼번에 서핑과 카이트 조정 두 가지를 다 해야 하니 얼마나 손과 발이 바쁠까. 모든 도는 한 길로 통하는 법이어서 오랜 시간 서핑과 패러글라이딩 스노우보드를 타왔던 그는 어렵지 않게 혼자 독학으로 카이트 서핑의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다.
너무 머리 싸매고 고민했더라면 더 어려웠겠지만 겁 없이 덤벼드니까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는 그의 미소가 바다를 닮아 해맑기만 하다.
카이트 서핑을 하려면 먼저 해변 모래사장 위에서 그라운드 컨트롤을 연습해야 한다. 이런 준비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 바다에서 카이트를 떨어뜨리는 일은 드물어진다. 서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카이트 조정 바람 부는 방향을 잘 감지하면 된다.
새로운 레저 하나 시작할 때마다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카이트 서핑을 새로 시작하며 그는 400달러짜리 중고 카이트와 카이트 서핑용 보드를 새로 구입했다. 그 외 자잘한 소품까지 합해 650달러를 투자했다.
재미있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 명언이다. "제가 레저라 할 만한 것은 하늘 지상 바다에서 하는 것 안해 본 게 없는데요 그 가운데 최고예요." 꿈꾸듯 눈을 감고 파르르 전율하는 그의 표정을 보면 새로운 레저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한번쯤 도전을 해볼 것 같다.
토요일은 기본이고 주중에도 그는 또 한 차례 카이트 서핑을 하러 바닷가로 향한다.
▶카이트 서핑이란?
파도를 따라 질주하고 그 파도를 박차고 하늘로 뛰어오르기도 하는 카이트 서핑은 유럽, 미국, 남태평양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해양레포츠. 서핑보드를 연에 연결해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의 묘미를 접목시켰다.
때문에 바다를 달리다 카이트의 장력을 적절히 이용, 돌고래가 점프하듯 평균 6미터, 숙련자는 12미터정도의 높이로 허공을 날아오를 수도 있다.
서핑이나 패러글라이딩이 일종의 모험 레포츠인 만큼 카이트서핑 역시 배우기가 수월하지 않다. 바람에 맞서는 카이트의 장력을 장악하기도 쉽지 않고 그 때문에 보드와 카이트를 연결한 줄에 의해 살갗이 찢기는 등의 위험도 있으며 잘못하면 먼 바다로 날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이트서핑에 필요한 장비는 패러글라이딩 캐노피를 축소한 형태의 카이트와 보드다. 서핑보드 또는 작은 윈드서핑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카이트가 끌어당기는 힘을 라이더의 몸과 팔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하니스와 라인, 방향조정을 하는 컨트롤 바, 비상시 카이트와 라이더를 분리하는 라인방출기 등이 있고 체온유지와 보온효과가 있는 웨트수트와 장갑, 라이프 재킷 등을 착용해야 한다.
보드를 이용해 수상레포츠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카이트 기술 익히기에, 패러글라이딩에 익숙한 사람은 보드 기술에 주력하면 1주일이면 익힐 수 있다. 우선 카이트 날리기를 연습해야 하는데 땅에서 보통 부는 바람에 카이트를 날리고 컨트롤 바와 하니스 조정연습을 하고 라인방출기 사용도 충분히 익힌다.
카이트의 힘을 이용해 몸을 해변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균형감각을 키워본다. 윈드서핑처럼 당기는 힘을 향해 반대로 몸을 눕혀야 균형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해변서 익숙해지면 가슴 깊이 물속에서 연습하는데 수상스키의 경우처럼 누운 상태에서 카이트를 앞쪽 위에 띄워놓고 당기는 힘이 느껴지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진행시에는 수상스키를 타는 자세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