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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영어] Out of Context

스포츠 스타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out of context'라는 말이다. '상황에 벗어난' '문맥에 맞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out of context'는 앞뒤 정황과 주변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했던 '말만' 가지고 기자들이 일을 확대시킬 때 선수들이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주 쓴다. A라는 선수가 B라는 선수에 대해 평가를 했는데 90%는 칭찬이었고 10%는 건전한 비평이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언론에서 10%의 건전한 비평에만 집중했다면 이는 out of context다.

코비 브라이언트를 비난한 것으로 알려진 필 잭슨 감독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증오'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애정'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비에 대한 애증(愛憎)이 함께 있었던 책에서 주류 언론 기자들은 '미움'만 뽑아내 싸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잭슨은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욕했던 브라이언트와 다시 한 팀에서 일하게 됐으니 말이다.

최근 LA 타임스가 보도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인종차별 발언도 사실은 out of context라고 할 수 있다. 슈워제네거는 "(보니 가르시아 공화당 의원이) 쿠바출신인지 푸에르토리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피가 섞여서 다혈질이다"고 사석에서 말했는데 그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이 곤욕을 치렀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가르시아 의원은 "그의 말은 완전히 문맥에서 벗어나게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Not only were the brief remarks taken completely out of context from a much longer conversation)"고 말했다. 이 대화 테이프의 전체 내용을 들어본 사람들에 따르면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가르시아 의원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다고 한다.

기자도 지난주 out of context에 대해 경험을 했다. 9일자 스포츠 5면에 '[스포츠 토크] 김재박 차범근 노무현의 공통점'이라는 칼럼이 중앙일보 본사에서 운영하는 '조인스 닷컴'에 실려 진땀이 났던 것. 조인스의 편집자가 빨간색 제목으로 초기화면에 칼럼을 소개했는데 이 글에 대해 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기자는 참으로 당황했다. 미주 한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주로 찾는 조인스닷컴에 글이 나갈 줄 알았더라면 '같은 내용'이지만 컨텍스트에 맞게 글을 썼을 것이다. 칼럼의 끝 부분을 다음과 같이 쓰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여전히 그들을(김재박 차범근 노무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특히 차범근 감독은 존경할 만한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이 된 후에 나는 기뻐서 미국인 한국학 교수에게 에세이를 써서 보냈을 정도로 좋아했던 인물이다. 김재박 감독은 지금도 보면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있는 그들을 존경할 수 없어서 마음이 안됐다."

성서에 나오는 예수가 어떤 사람에게는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했던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인내하며 말했던 이유는 바로 주변 또는 사람의 관계적 '상황(context)'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상황을 보지 않고 짧은 말만 보면 오류가 계속 발생한다. 조지 스타인브레너 뉴욕 양키스 구단주의 말로 이 칼럼을 맺는다.

"언론이 잘하는 일은 바로 문맥 밖으로 발언을 뽑아내는 것이다. 언론인은 그런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것이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언론은 그 중에서 몇 가지 단어를 뽑아내 원하는 방법대로 보도한다. 이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One of the things you people in the media do is take things out of context. The press loves to do that. To me that's a violation of trust. I'll say a sentence and they'll pick four words and make it sound like they want it to sound. It happens over and over again.)"

박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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