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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향기'가 집시 음악을 따라…헝가리 부다페스트

Los Angeles

2006.09.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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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우의 진주' 부다 왕궁 등 중세시대 분위기 물씬
도나우 강의 양쪽에 자리잡고 있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이 중부 유럽의 중심지에는 천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풍요로운 문화 유산들이 옛 시절의 기품과 우아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헝가리안 랩소디'와 집시 음악이 흐르는 고풍스러운 '도나우의 진주' 부다페스트.

도나우강의 진주로 불리는 부다페스트 시 전경(맨 위 사진). 고풍스런 건물이 가득한 베르헤지 언덕(가운데 사진)과 시내 곳곳의 조형물들(맨 아래 사진).

도나우강의 진주로 불리는 부다페스트 시 전경(맨 위 사진). 고풍스런 건물이 가득한 베르헤지 언덕(가운데 사진)과 시내 곳곳의 조형물들(맨 아래 사진).

낡고 오래된 건물 50년 전에 만들어진 지하철의 소음 간간이 1970년대에나 볼 수 있었을 법한 승용차가 질주하는 거리…. 부다페스트의 첫인상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강한 흡인력과 시거 향처럼 진한 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세의 건물들이 늘어선 도시 구석구석에서는 아직 미처 손길이 닿지 못한 허름한 세월의 흔적들이 오히려 나름의 운치를 자아낸다.

부다페스트의 교통과 관광의 요충지인 모스크바 광장 역 주변의 빈민가에는 늘 허름한 차림의 방랑자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밤이면 헝가리의 전통 공예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수 제품을 팔러 나온 아낙네들과 꽃바구니를 팔러 나온 할머니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애원하듯 물건을 권한다.

꽃을 파는 모습은 관광지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가난하지만 결코 로맨스를 잃지 않고 있는 헝가리인들의 격이 엿보이는 듯했다.

어부의 요새와 부다 왕궁 유유히 흐르는 도나우 강과 사방으로 펼쳐지는 중세의 고도 부다페스트의 모습은 어느 도시와도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치 오래도록 잘 신은 가죽 구두처럼 중후함이 느껴진다. 모스크바 광장에서 낡은 주택가를 따라 10분 정도를 천천히 걸어오르면 부다페스트의 상징이랄 수 있는 베르헤지 언덕 위에 이른다.

이 언덕은 그야말로 부다페스트 관광의 메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징적인 건축물들로 가득하다. 지금은 역사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부다 왕궁 13세기에 지어져 역대 헝가리 왕들의 대관식이 거행되었던 마차시 교회 19세기에 도나우 강의 어부들이 성의 보초를 서던 것에서 유래한 이름인 어부의 요새 국립 미술관 등이 이 언덕 위에 모여 있다.

오랜 역사의 갖은 사연들을 싣고 유유히 흐르는 도나우 강의 맞은편으로는 현수교와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인 국회의사당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베르헤지 언덕은 헝가리 역사의 중심지이자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휴일에는 관광객 외에도 많은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곳곳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바이올린이나 첼로 연주를 하며 분위기를 돋우고 연인들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깊은 밀어를 나눈다.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으로 유명한 헝가리의 민속춤을 거리에서 구경하기는 힘들어졌지만 베르헤지 언덕 주변과 시내 곳곳에는 헝가리 민속춤을 보여주는 극장들이 많다. 어부의 요새 바로 아래쪽 도나우 강변에 자리잡은 극장 '부다이 뷔가도'는 헝가리 민속춤 전문 극장으로 거의 매일 저녁 공연을 한다.

예전에 간간이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헝가리 민속춤은 눈과 귀를 압도한다. 스페인의 플라멩코보다도 더 강렬하고 힘찬 음악과 몸놀림은 말 그대로 정열적이다.

거침없는 말발굽 소리처럼 몰아치는 구두 소리와 절규하듯 울려 퍼지는 합창이 어우러지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함께 묘한 희열마저 느끼게 하는 강인한 힘이 느껴진다.

베르헤지 언덕을 내려와서 현수교를 건너 최대의 번화가인 바치 거리 주변으로 내려오면 모스크바 광장역 주변이나 다른 지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초현대식의 거대한 건물들과 잘 차려 입은 젊은이들의 모습들은 변화하는 헝가리의 오늘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천 카페에서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를 보내는 모습이나 카메라를 조준하는 내게 스스럼없이 매력적인 시선을 던지는 고급 레스토랑 안의 소녀의 모습은 티없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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