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개봉 2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곡성(영문제목 The Wailing)'이 지난 20일 LA에서 먼저 개봉된 데 이어, 내달 3일부터 북미지역 20개 도시에서 확대 상영된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애틀란타, 뉴욕, 워싱턴DC, 보스턴, 필라델피아, 휴스턴, 덴버 등이 주요 상영도시다.
'곡성'은 '추격자' '황해' 등으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다. 극단적이고도 강렬한 스토리를 박진감 넘치게 전개시키며 지독하리만큼 치밀하고도 에너지 넘치는 연출력을 자랑했던 나홍진 감독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한 단계 더 밀고 나가며 관객들을 충격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영화이기도 하다. 흥행 추이와는 별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양 극단으로 나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됐던 칸 국제 영화제에서 역시 '최근 몇 년간 나온 최고의 한국 영화'란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불친절하고 모호한 영화라는 혹평을 내놓은 이들도 많았다.
영화는 전남 곡성을 배경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등장과 맞물려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들을 다룬다. 조용하던 마을에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다 무시무시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증상이 전염병처럼 퍼져간다. 마을 경찰 종구(곽도원) 역시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섬뜩한 경험을 하며 '마을에 나타난 외지인이, 사실은 귀신'이라는 소문에 솔깃한다. 살인 사건의 목격자를 자칭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 무명(천우희) 역시 종구를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어린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종구는 용하다는 무당 일광(황정민)까지 끌어들이며 딸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모든 사태의 근원인 '악'의 정체를 찾으려는 이들의 폭주는 처참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곡성'은 결코 '속시원한'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며 감춰져 있던 모든 그림이 한꺼번에 드러난다거나, 어느 순간 궁금하던 사건의 배경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는다. 대신 영화는 관객들이 극도의 불안과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각 인물의 정체를 의심하며,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를 이야기의 모호한 전개 방향을 놓고 한껏 혼란스러워 하도록 유도한다. 관객을 '몰이'하는 감독의 명백한 의도는 빠르게 교차편집된 굿판 장면을 비롯한 곳곳에서 드러난다. 결론마저 찝찝하다. 하지만 이를 정교하게 장치하고 통제하는 감독의 장악력과 비상함만 본다면, 진절머리를 낼 만큼 감탄하며 '체험'하게 될 영화다.
'곡성'의 개봉 일정과 상영관 정보는 웹사이트(TheWailing-Movie.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