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도시 인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지노 ‘쿠어하우스’ 브람스·슈만·클라라 등 음악가들의 흔적 많아
독일의 바덴바덴(BadenBaden)에서 남녀 혼탕을 체험했다. 바덴바덴은 독일 최고의 프리드리히 온천과 카라칼라 온천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1877년 개장한 프리드리히는 남녀 모두 알몸으로만 입장이 허용된다. 카라칼라 온천은 수영복을 입어야 들어 갈 수 있지만, 2층 사우나탕 만큼은 수영복을 벗어야 한다. 사우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역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현지인도 많이 찾는 카라칼라는 실내 온천장과 실외 온천장, 그리고 폭포탕까지 있다. 매 년 이곳을 찾는 사람은 60만명에 이른다.
바덴바덴은 한국인들에게는 1988년 올림픽 유치의 기적을 가져다 준 도시이기도 한다. 당시 노태우 정무장관이 사령탑을 맡고 박종규, 정주영 등이 유치팀을 이끌었다. 유치팀은 전시관을 아름답게 꾸민 후 대한항공 여승무원들에게 한복을 입혀 안내를 맡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포츠계 인사들과 현지 주민들은 한국에 최고 점수를 주었다. 서울올림픽을 확정지은 곳은 콘서트와 카지노로 유명한 쿠어하우스 중앙 회의실이었다.
쿠어하우스의 역사는 1766년부터 시작됐다. 19세기에 신고전주의로 건축물을 지었으며 1917년, 2011년에도 거울의 전당 등 새로운 건물들을 증축했다. 정장으로만 입장이 허용되는 내부에는 프렌치 바로크 스타일의 레드 홀과 윈터 가든, 플로렌틴 룸 등이 있다. 카지노는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와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가 출입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디트리히는 “쿠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지노다”라고 말하며 이곳을 자주 찾았다.
도박을 즐겨 했던 도스토예프스키도 이탈리아를 가던 중 돈을 날리고 이탈리아 여행을 포기했다. 돈이 필요했던 그는 여러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 선금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오직 출판업자 스텔롭스키로 부터 3000루불이라는 선금을 제안 받는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달 안에 책을 써야 하는데 그 때 만난 여인이 바로 ‘안나 스니트키나’다. 러시아 최초의 속기사 중 한 명이었던 안나는 후에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됐다. 이때 안나의 도움으로 발표된 소설이 도박장을 배경으로 한 ‘도박사’라는 작품이다.
쿠어하우스 옆에 있는 트링크할레는 1839년~1942년 사이에 지은 건축물이다. 외관에는 바덴바덴 지역의 전설을 그린 프레스코화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트링크할레 앞 정원에는 카이저 빌헬름 1세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바덴바덴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트링크할레는 가장 인기있는 사진촬영 장소다.
축제 공연 극장에는 1862년 베를리오즈의 ‘베아트리체와 베네딕트’가 초연됐다는 대리석판이 보인다. 바덴바덴의 중심 광장은 레오폴드 플라츠라는 곳이다. 바덴바덴 지역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은 ‘레벤브로이 선술집’이 있다. 레벤브로이는 1516년부터 뮌헨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맥주로 ‘사자의 양조’라는 뜻이다. 선술집은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내부의 분위기도 아주 좋다. 바덴바덴 전통 음식과 시원한 독일 맥주를 마시기에는 최선의 장소다.
비스마르크의 동상을 보며 위로 올라 가면 바덴바덴 최초의 교구 교회인 성모마리아 협동교회가 나온다. 이곳에는 바덴바덴의 통치자이자 제국군 총사령관이었던 루트비히 빌헬름의 무덤과 니콜라스 게르하르트가 조각한 성막이 중앙벽에 설치돼 있다. 조용히 산책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바덴바덴에서 조금 떨어진 리히텐탈로 가야 한다.
이곳에는 리히텐탈 수도원과 브람스의 여름별장이 있는 브람스하우스가 위치해 있다. 전원적인 곳이므로 수도원에서 브람스하우스로 가는 길은 조용하면서도 아늑하다. 1853년, 20세의 브람스는 뒈셀도르프의 로베르토 슈만과 클라라 슈만 부부를 방문했다. 정신병으로 외부세계와 단절하며 지냈던 슈만에게 브람스의 음악은 큰 기쁨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던 평론을 시작한 슈만은 음악신보에 ‘새로운 길’이란 제목으로 그의 장래를 예언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천재를 알아 봤던 천재는 1856년 정신병원에서 눈을 감는다. 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 연주생활을 하던 클라라는 1863년 리히텐탈로 이사를 했다. 7명의 자녀들과 함께 있는 생활이었으므로 클라라에게는 오랜만에 갖게 되는 행복한 시기였다. 폴랭 비아르도-가르시아, 요하네스 브람스 등 친구들도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
1865년, 브람스도 리히텐탈에 여름별장을 얻고 여름이면 이곳에서 10년을 지내게 된다. 클라라 슈만과 아이들이 있는 집은 브람스의 여름별장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는 곳에 있다. 가는 길에는 오래된 교회도 하나 보인다. 클라라와 아이들, 그리고 브람스도 주일이면 이곳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렸을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첼로 소나타 제1번, 교향곡 제1번, 독일 레퀴엠, 알토 랩소디, 그리고 여러 가곡을 작곡했다. 브람스의 가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자장가도 이곳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브람스는 친구인 파버 부인이 차남을 낳았다는 말을 듣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자장가를 만들었다.
가사는 첫 번째는 민속시, 두 번째는 게오로그 셰러의 동요를 개작해 넣은 것이다. 잘 자라, 장미의 지붕 위에 내일 아침 하나님이 깨워 주실 때까지, 잘 자라, 천사들이 꿈 속에서 어린 그리스도의 나무를 보여 주신다. 잘 자라, 즐겁게 쉬고 천국의 꿈을 꾸어라. 브람스 자장가가 들려 오면 아기들은 새근새근 금새 잠이 든다. 브람스하우스는 월, 수, 금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문을 연다. 현재 독일 할머니 혼자 하우스를 지키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언덕 위 예쁜집’이라 부른다.
여행팁: 바덴바덴은 버스 티켓 하나로 2-5명까지 함께 다닐 수 있다. 편도 2.3유로(90분), 하루 티켓 9.8유로.
브람스하우스는 리히텐탈 방향 버스(201)를 타고 가다 브람스광장(brahmsplatz)에서 하차. 입장료는 3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