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맞은 외식은 아무래도 한식이 제격일 것 같아 레스토랑 거리로 유명한 베벌리힐스의 우래옥을 찾아봤다. 60년 전통의 우래옥(又來屋)은 해방 이듬해에 문을 연 평양냉면 전문점, ‘서북관’을 그 전신으로 한다. 평양에서 명월관을 경영하다 광복 직후 월남했던 고 장원일씨는 1946년 현재의 주교동 118-1번지 자리에 우래옥을 창업했다.
한국전쟁 이후 식당을 재 개업하면서 ‘다시 와서 연 식당’이라 해 또 ‘우(又)’자, 올 ‘래(來)’를 사용했는데 훗날 이 상호는 “한번 온 손님은 잊지 않고 다시 온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1974년 LA를 시작으로 1977년 뉴욕 1981년 워싱턴 1996년 시카고에 차례로 오픈한 우래옥 분점들은 최고급 레스토랑 반열에서 성업 중이다. 현재 마당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웨스턴 가의 우래옥은 내년 7월쯤 다시 문을 열 예정. 보다 가까운 곳에서 전통의 한식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우래옥은 서울 주교동의 본점으로부터 각 지점들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평양냉면의 전통을 온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창기 주방장은 평양냉면에 정통한 요리사였다. 서울 주방장은 맛의 비법을 고스란히 주방식구들에게 전해주었고 우래옥의 해외진출 때도 큰 역할을 했다.
뼈를 넣지 않고 쇠고기만으로 우려내 진하고 고소한 육수에선 특유의 담백한 풍미가 그대로 살아나오고 면에서는 싱싱한 메밀 향이 느껴진다. 새콤달콤한 맛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에게 이런 육수 맛은 밍밍하게 느껴지기 일쑤다. 우래옥의 고객층들이 비교적 연령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전통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게다.
베벌리힐스 라시에네가 레스토랑 거리에 위치한 우래옥의 외관은 방패연으로 장식돼 우리의 전통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한 가운데 나무장작을 피운 벽난로는 가을을 맞아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공기를 따뜻하게 덥혀주고 있다. 현대적이면서도 도회적인 인테리어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특별한 날의 외식을 더욱 기억에 남게 한다.
베벌리힐스 우래옥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독특하게 결합하고 동서의 맛이 하모니를 이룬 '누보 코리안' '진화된 한식'을 맛볼 수 있다. 전통의 맛을 살리면서도 상차림과 서비스 방식은 프랑스 식이라 더욱 세련되고 스타일 있는 외식 경험을 할 수 있다.
최상의 재료만을 이용해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 시킨 우래옥의 음식에 매료된 고객층들은 상당히 두텁다. 베벌리힐스 지점의 고객은 90% 이상이 타인종들.
입맛을 돋우는 전채는 한인타운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메뉴들로 꾸며져 있다. 대합을 잘게 썰어 양념해 다시 조개껍데기에 넣고 불을 붙여 서빙하는 대합구이는 유쾌한 외식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전채. 청정 바다의 향기 가득한 맛도 기억할 만하다.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어 고운 색깔로 조리해 낸 잡채도 인기가 높다. 녹색 밀전병에 게살을 넣고 돌돌 만 게살 말이 전채는 한식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상차림이 돋보인다.
냉면과 함께 우래옥을 대표하는 메뉴는 불고기와 갈비 소금구이 등 각종 바비큐 종류들. 그라나이트 테이블 위 그릴에 생고기를 얹어 구우면 연기를 제거해주는 최첨단 기구가 설치돼 연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육회 수준으로 신선한 불고기는 한국 손님보다도 오히려 외국 손님들에게 더 인기가 좋다. 화분 모양의 그릇에 신선한 화초처럼 담아내오는 상추를 보며 눈썰미 좋은 주부들은 손님상차림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베벌리힐스 우래옥의 한정식은 상 모양으로 특수 주문한 나무 쟁반 위에 보기에도 고운 음식들이 경기도 이천 공장에서 맞춘 도자기에 담겨져 나온다. 인사동에서 구입한 훈민정음 적힌 창호지 위에 얼음을 얼려 만든 그릇을 놓고 가지런히 늘어놓은 생선회는 가히 예술이라 칭할 만하다. 얼음 사이로 비쳐지고 얼음이 녹으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훈민정음 창호지는 한국의 미를 한껏 발한다.
무쇠 솥 잡곡밥 찌개 조기구이 삼색전 명란 젖 김 게장 외에도 10 여 가지 반찬이 소반에 담겨 나오듯 나무 쟁반을 빼곡 채우고 있다.
잘 생기고 몸도 건장한 웨이터들은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메뉴를 소개하며 기분 좋은 퍼스트클래스 서비스를 펼친다. 콜 솔라레 조르단 오우퍼스 원 등 최상급 와인들로 꾸며진 와인 캐비넷의 셀렉션은 전문 와인 바 못지않게 알차다.
▷오픈 시간: 일~목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 금 토요일은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170 N. La Cienega Blvd. Beverly Hills CA 90211. (310) 652-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