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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아미쉬 공동체의 비극

홍석인 논설위원

"20년 묵은 원한을 복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범인의 나이 32세. 20년전이라면 12살 어린나이였다. 도대체 무엇이 열두살 어린 가슴에 그리 깊은 상처를 입혔을까. 장장 20년이나 복수심을 품고 키워왔을 만큼 말이다.

죽은자는 말이 없으므로 그것이 사실인지 또 사실이라도 복수의 동기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이제 영원히 다문 입-. 자살하기전 그의 아내에게 걸려온 마지막 셀폰의 증언일 뿐이다.

찰스 칼 로버츠 IV. 세아이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인 그가 돌연 학교에 침입해 6~13살 어린 여자아이들 목숨 넷을 앗고 7명을 부상시킨 끔찍한 사건이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어느 공포/폭력 영화보다도 더 참담했던 비극의 무대는 펜실베이니아주 니클 마인스에 있는 아미쉬 공동체였다. 아미쉬(Amish) 커뮤니티는 흔히 기독교의 한 종파로 소개되고 있으나 에스닉 그룹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재세례파 계열의 기독교 종파인 아미쉬는 1693년에 생성된다. 스위스의 신교도 목사인 제이콥 아만이 "모든 사람들은 죄인이며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통해 회개하자"는 교리를 내세워 만든 종파다. 이들은 가톨릭이 득세하던 유럽에서 배척받고 결국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으로 온다.

웹사이트에 소개된 아미쉬의 생활신조를 보면 예수의 삶과 산상설교를 모범으로 삼아 일상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가족 공동체 형제애를 중시하며 세속과 분리된 채 절대로 폭력을 행하지 않고 겸손하고 평화롭게 산다.

욕설이나 폭력적인 행동에 침묵으로 답하도록 배운다.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대주라는 성경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외부인들의 공격을 받더라도 반응하지 않고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이번 참극이 벌어진 후에도 주민들의 반응은 흥분하지 않고 조용했다. 단지 슬프다 용서해야한다는 말을 비칠뿐.

이런 평화로운 마을에 정신병자적 범행이 발생했다는 것은 아미쉬가 21세기 세상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튀는 생활을 했기 때문은 아닐까. 모든 문명이기를 거부한다. 자동차도 전자제품도 심지어 전화도 없다. 이번 사건에도 학교에는 셀폰은 커녕 일반 전화도 없었다. 밖으로 내쫓긴 남학생들과 어른들이 전화있는 곳까지 달려가 911을 요청한 시간이 사건발생 30여분이 지난 후였다니 알만하다.

아이들이 학교까지 12 마일 걸어다니는 건 예사다. 자급자족의 생활. 농사 짓고 생필품을 직접 조달한다. 소셜시큐리티 베네핏이나 그 어떤 정부보조금도 사양한다. 군대도 거절한다. 그래서 세계대전이나 기타 전쟁을 거부해 핍박을 받기도 했다.

아미쉬는 세가지 주요 성경구절이 그들을 지배한다. 고린도 후서 6장14절/17절 로마서 12장2절이다. 그 요지는 믿지않는 이들과 짝짓지 말고 그들에게서 빠져나와 멀리하라. 또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새사람이 되라.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 분 마음에 들며 완전한 것인지를 분간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도 모든 문명이전의 세상으로 떠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컴퓨터가 없는 세상 비행기가 없는 세상 빛보다 빠른듯한 통신시설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를 떠나 복잡다단한 현대생활에 지친 평범한 생활인들의 푸념에 불과하다.

아미쉬 피플은 다르다. 참으로 존경스럽다. 현대에 살면서 그렇듯 초연히 삶을 영위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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