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상(無念無想.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생각이 없음). 축구대표팀 골키퍼 정성룡(31.가와사키 프론탈레.사진)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되새긴 사자성어다.
정성룡은 5일 체코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몸을 날리는 선방으로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1분 마렉 수히(28.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슈팅이 수비수 곽태휘(35.알 힐랄)의 다리에 맞고 굴절돼 한 골을 내줬지만 전반 19분과 후반 19분, 후반 40분 세 차례의 수퍼 세이브로 추가 실점 위기를 넘겼다. 경기 전 급체 증상을 보여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죽 한 그릇을 먹고 그라운드에 올라 투혼을 발휘했다.
경기 후 대표팀 기사 관련 댓글은 "오늘은 윤빛가람.석현준.정성룡만 보였다" "오늘 같은 날은 맘껏 '퐈이야(fire)~'를 외쳐주세요" 등 칭찬 일색이었다.
정성룡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탈락 직후 SNS에 "다같이 퐈이야~"라는 글을 올렸다가 '생각 없는 선수'로 몰렸다. 비난 여론에 흔들려 슬럼프가 찾아왔고, 후배 김진현(29.세레소 오사카)과 김승규(26.빗셀 고베)에게 대표팀 수문장 자리마저 내줬다.
축구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정성룡은 차분히 마음을 달랬다. 악플에 신경쓰지 않고 축구에만 전념했다. 지난 겨울 수원 삼성을 떠나 일본 가와사키로 이적한 정성룡은 J리그 14경기서 13실점으로 0점대 실점률(경기당 0.93골)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에는 J리그 GK 랭킹 1위 겸 전체 포지션 4위에 올랐다. 함께 일본에 진출한 김승규(13경기 19실점).이범영(아비스파 후쿠오카.13경기 20실점)을 압도하는 성적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