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시네토크] 영화 ‘아이스케키’…100여분 잔잔한 감동·가족애 불러

Los Angeles

2006.10.19 11:0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감독 여인광, 주연 박지빈, 신애라, 진구
'집으로'와 '말아톤' 정도를 뺀다면 가족 영화를 표방한 최근 한국 영화 중에는 완성도에 대한 찬사와 대중의 큰 호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단편 '운동화'' 으랏차차'등을 통해 어린이들의 시선에 주목해온 여인광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이스케키'(사진)도 마찬가지다.

가족애를 기반으로 한 무리없는 스토리 전개 배우들의 호연 깔끔한 화면구성으로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 채 스크린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아이스케키'의 배경은 1969년 전남 여수. 밀수 보따리장사를 하는 드센 엄마(신애라)와 단 둘이 살고 있는 10살짜리 소년 영래(박지빈)는 어느날 우연히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아빠가 서울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란 소리엔 주특기인 박치기마저 못할 정도로 주눅이 들던 영래는 엄마 몰래 여비를 마련해 서울로 아빠를 찾으러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이를 위해 친구를 따라 아이스케키 장사를 시작한다.

덩치 큰 친구들의 텃세도 견뎌야 하고 사장 아저씨의 구박도 받아야 하지만 아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영래는 기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단정히 차려입고 서울로 향하게 된 영래. 하지만 기대감에 부풀어 서울에 도착한 영래는 오히려 상처만 안은 채 여수로 되돌아오게 된다.

'아이스케키'가 '대박'을 내지 못한 것은 100여분 길이의 극장용 장편치고는 너무나 잔잔했기 때문이다.

혹독하게 관객을 울린 '집으로' 후반부의 최루폭탄도 인간승리의 감동을 적당히 버무린 '말아톤'의 영리함도 '아이스케키'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아이스케키'는 '집으로' 못지 않게 잃었던 유년을 돌아보게 하고 '말아톤' 못지 않게 충만한 행복감으로 극을 마무리한다. 가족영화의 미덕을 기본수준으로 갖춘 것이다.

게다가 '아이스케키'엔 놀랄만한 흡입력으로 영화를 휘어잡는 아역배우 박지빈이 있다. 마치 그림책 속에서 툭 튀어 나온 듯한 까만 눈망울을 가지고 전라도 사투리를 올망거리다가는 커다란 눈물방울을 뚝뚝 떨구는 영래역 박지빈의 연기에 빠져들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데뷔 17년만에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한 신애라도 최선을 다해 억척스런 연기를 선보이지만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타고난 배우'라 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다만 영화 밖 실생활에서 따스한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그녀의 실제 인품이 작품 안까지 묻어나 영화를 좀 더 포근하게 한다는 점만은 신애라를 캐스팅한 '아이스케키'의 분명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경민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