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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과 어둠의 18세기 프랑스 궁중 속…영화 '마리 앙투와네트'

Los Angeles

2006.10.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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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철 없는 천방지축 왕비 일상, 스타일리시한 배경 등 눈요기 충분
사진제공=Columbia Pictures

사진제공=Columbia Pictures

마리 앙투와네트(Marie Antoinette)

감독: 소피아 코폴라
각본: 소피아 코폴라
출연: 커스틴 던스트, 제이슨 슈왈츠맨, 립 톤, 몰리 새넌, 줄리 데이비스, 스티브 쿠간, 아시아 아르젠토 외
장르: 드라마
등급: PG-13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1755~1793).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로 행실이 나빴으며 대혁명 때 반혁명파의 중심으로 활약하다 단두대에서 반역자로 처형됐다.'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마리 앙투와네트에 대한 설명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마리 앙투와네트에 대한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국민들은 굶주려 죽어가는데 온갖 사치와 낭비를 일삼다 대혁명을 불러 일으킨 촉매제가 되기까지 한 프랑스 왕조의 마지막 왕비. 하지만 실제 마리 앙트와네트도 역사속에 기술된 것 같은 그런 인물일까?

소피아 코폴라의 새영화 '마리 앙투와네트'는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영화는 마리 앙투와네트가 14살의 어린나이에 고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프랑스에 도착해 루이 16세와 결혼해 왕비가 되고 대혁명으로 바르세이유 궁전에서 쫓겨나기까지의 과정속에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로 쫓으며 보여줄 뿐이다.

역사속에 묘사된대로 영화속에서도 마리 앙투와네트는 사치와 철없는 행동을 일삼는 천방지축이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을 쫓다보면 그녀가 그렇게 된데에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정략결혼의 희생자로 세상물정 모르고 고이 자란 유럽 왕가의 '공주'로 낯선 이국땅에서 맞닥뜨리게 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고자 발버둥을 친 한명의 인간에 불과하다. 그녀가 스스로를 궁지에서 건져내기 위해 택한 매개체는 처음에는 '애완견'에서 '화려한 옷'과 '호사스런 음식''파티'와 '불륜'으로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옮겨간다.

영화는 무엇보다 스타일리시하다. 실제 18세기 프랑스 궁중의 생활상과 복식이 제대로 고증됐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영화속에 등장하는 화려한 중세 유럽의 의상들은 어쨌든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여기에 고정관념을 깨고 록음악을 배경으로 삽입하는 신선함을 보여주며 귀마저 즐겁게 만든다. 이는 패션스타일리스로도 활동했던 소피아 코폴라가 아니면 불가능한 영상미의 구현으로 여겨진다.

타이틀 롤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에게 마리 앙투와네트 역은 '잘 맞는 옷'이었다. 케이트 윈슬렛 같은 연기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가져다주는 '자유분방함속의 고뇌' '화려함속의 어두움' '열정과 반항' 등의 이미지는 영화속 마리 앙투와네트의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 앙투와네트의 일상을 쫓는데에만 너무 몰두해서인지 영화의 짜임새는 탄탄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마리 앙투와네트가 대혁명 당시 궁전앞에 집결한 시위대에게 머리 숙여 사과를 하는 장면 젊은 군인과 '불륜'행각을 벌이던 충실하지 못한 아내 마리 앙투와네트가 대혁명의 시위대에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을 알면서도 남편 루이 16세의 곁에 남아있겠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장면등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는 실제 역사속의 시간과는 달리 영화속 시퀀스가 특히 후반부에 들어서는 지나치게 건너뜀이 많아 이들 장면의 등장이 영화 속에서는 너무 갑작스러웠던데다 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장면들도 사전에 충분히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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