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우글우글했던 공립 고등학교 출신으로 그보다 훨씬 넓은 부지에 2500명의 학생이 전부인 이 곳 포모나 칼리지는 처음 발을 딛는 그 순간부터 내게는 휴식처였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 조그만 대학을 선택했느냐고 묻곤 하지만 사실 내가 포모나 칼리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바로 그 '작은 규모'때문이었다.
작은 규모의 대학을 선택한 결과는 물론 '대만족'이다. 현재 내가 택하고 있는 화학 실험반에는 12명 학생이 전부고 정치학 강의실에서도 14명의 학생들과 공부한다. 만일 종합대학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아담하고 가족같은 분위기는 전혀 기대치 못했을 것이다. 그네들의 강의실은 아무리 적어도 80~90명 선이라고 한다.
적은 수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함으로써 얻는 가장 큰 장점은 교수들과의 친밀한 관계유지가 아닐까 싶다. 10여명의 학생들과 정교수가 함께 공부한 후에는 그날 저녁 식사까지 같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캠퍼스에서 담당 교수들과 하루 종일 마주치면서 혹은 주말에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아이들을 맡기기도 하면서 교수와 학생들간에 형성되는 그 친밀한 관계를 수만명이 재학하는 대학에서는 아마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포모나 칼리지는 학생들의 학업지도에 매우 성공적이다. 25%의 학생들이 GPA 3.7이상의 성적으로 졸업하는 것이 그 증거다. 한인들 중에서는 포모나 칼리지라는 생소한 이름 때문에 대학수준을 의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 학교 재학생들의 고교 성적을 살펴보면 대다수 고교졸업성적이 상위 5%내(필자를 포함)였음을 알 수 있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 부문에서 전국 5위권이라는 통계도 이를 뒤바침한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선택한 학생들 특히 포모나 칼리지 학생들중에서는 자기 특정 전공과목외에는 관심도 흥미도 재능도 없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다.
포모나 칼리지에서는 다양한 학습경험을 추구한다. 자기의 전공외에도 여러 다른 학문을 경험할 기회가 아주 다양하다. 아울러 졸업필수 교양과목이 5개 과목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다양하게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포모나 칼리지에서는 신입생들에게서도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특기를 갖춘 학생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고교시절부터 이러한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특성을 익히 알아두었던터라 지망대학을 선정할 때에도 웰슬리 터프스 베이츠 등 비슷한 대학들에 지원했다. 그 중에서도 포모나 칼리지를 선택한 이유는 클레어몬트 칼리지 촌이라는 특성이 매우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포모나를 비롯해 하비 머드 맥키나 스크립스 피처 등 5개 리버럴 칼리지 및 클레어몬트 대학원까지 합쳐져 형성된 클레어몬트 칼리지 촌은 작은 사립대학의 특성을 누리면서도 대규모 대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모나 대학의 주말은 정말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주말이면 어느때나 풋볼게임이나 영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아니면 다큐멘터리 필름을 본 후 토론시간을 가진다거나 중학생 동창회 아카펠라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주말 내내 이루어진다. 캠퍼스 분위기는 매우 자연스럽고 또한 자유로워서 이런 행사중 어느 것도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 그저 기숙사에서 친구들 몇 몇과 한가롭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한 캠퍼스 내에서는 코리언-어메리칸 클럽을 비롯해 다양한 클럽활동이 연중내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필자는 캠퍼스내 행사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아시안 어메리칸 리소스 센터의 인턴으로 성별과 인종 등에 대한 토론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에 매우 열심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이번 주 3개의 시험준비와 2개의 논문을 완성해야 한다. 그래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아마 날씨탓이 아닌가 싶다. 시카고 출신이어서인지 11월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플립 플랍을 신고 반팔 셔츠의 가벼운 차림으로 다닐 수 있는 따뜻한 날씨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뇌의학과 아시안 어메리칸학을 복수전공 하면서 또 캠퍼스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하루 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의 캠퍼스 생활이 너무도 행복한 것은 포모나 이후의 내 삶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