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동생과 집 근처 백화점 꼭대기 층에 있던, 작지만 당시로는 꽤 괜찮은 소극장에서 상영하는
<환타지아(fantasia)>
를 보러 갔던 게 그것이다.
난생 처음 가 본 극장에서 본 영화가
<환타지아>
였다니, 나는 참 운이 좋은 편이다.
이 영화는 각 단체에서 발표하는 ‘역대 미국 영화 흥행순위’, ‘꼭 봐야 할 20세기 영화들’ 등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명작일 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한 껏 불러 일으키는 환상적인 영화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1940년 작으로 총 120분의 러닝 타임을 갖고 있는
<환타지아>
는 월트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음악 만화영화로, 디즈니가 ‘클래식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결합시킬 수 있을까’의 오랜 고민 끝에 만든 만큼 완성도 높고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오른 만화’라는 평을 받는 수작이다.
대사는 전혀 없이 애니메이션과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그러나 지루하기는 커녕 너무나 흥미진진한 이 작품은 각각 다른 음악에 의한 모두 여덟 개의 단원으로 나뉘어 있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중국의 춤>
,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 베토벤 교향곡 제 6번
<전원>
, 폰키엘리의
<시간의 춤>
,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 그리고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가 그것으로, 이들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대사도 없이 최소한의 내용만을 가지고 있는 만화영화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이 여덟 개의 만화 조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세번째 곡
<마법사의 제자>
편이다.
괴테의 시를 내용으로 프랑스 작곡가 폴 뒤카가 작곡한 교향시를 배경음악으로 한 이 만화에는 디즈니의 귀염둥이 미키 마우스가 등장한다.
마법사의 좀 덜 떨어진 제자 미키는 어느 날 스승이 외출하며 청소를 해 놓을 것을 지시하자 그동안 어깨 너머 배운 마법을 이용해 보기로 결심한다.
미키는 빗자루에게 마술을 걸어 물을 긷고 청소를 하게끔 시킨다.
빗자루가 청소를 하는 동안 뺀질뺀질 뒤에서 놀던 미키는 어느 순간 혼비백산하고 만다.
빗자루가 쉬지 않고 물을 길어 와 홀과 계단이 물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빗자루에게 그만 둘 것을 지시하나 주문이 틀렸는지 전혀 먹히질 않는다.
급한 김에 빗자루를 두동강 내버리자 이젠 두 개가 된 빗자루들이 두 배로 물을 길어 온다.
결국 불어나는 물로 온 집안이 홍수의 위험에 빠졌을 때 홀연히 되돌아온 마법사가 주문을 풀자 모든 것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 온다는 줄거리.
마지막 장면, 화가 난 스승에게 미안하고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 미키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법사의 제자>
외에도 버섯들이 여럿 등장해 괴상한 춤을 추는
<호두까기 인형>
편과, 전설의 성 요한제날 밤 민둥산에서 밤을 지새다 요괴들을 만나 정신이 돌 지경까지 갔다가 닭 우는 소리에 요괴들이 사라지자 겨우 살아난 나그네의 모험을 그린
<민둥산의 하룻밤>
,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경건하게 그려진
<아베 마리아>
등이 기억에 남는 단편들이다.
연출은 노먼 퍼거슨, 폴 새터필드 등 여러 명이 나누어 맡았고, 지휘자 겸 음악 감독은 필라델피아 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다.
아베>
민둥산의>
호두까기>
마법사의>
마법사의>
아베>
민둥산의>
시간의>
전원>
봄의>
마법사의>
중국의>
호두까기>
토카타와>
환타지아>
환타지아>
환타지아(fant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