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퀼트 만들기(How to make an American Quilt)'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따뜻한 햇볕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각조각 천을 이어가는 동네 아낙네들은 가슴에 쌓인 눈물 슬픔 분노 한을 삭혀 동 시대를 살아가는 공감을 작품으로 엮어냈다. 삶은 어쩌면 퀼트처럼 조각조각 기억의 파편들이 모여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퀼트란 천을 조각 작업한 후에 솜과 헝겊을 대고 도안대로 누벼 완성하는 수공예이다. 이 계절에 꼭 어울리는 따뜻한 느낌의 퀼트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퀼트 워크샵이 30일(목)부터 사흘 동안 규방 공예가 김봉화씨의 지도로 카사 무향 갤러리(Casa Muhyang Gallery)에서 무료로 열릴 예정이다.
퀼트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소품은 손가방 벽걸이 쿠션 바구니 책 커버 크리스마스 장식용품 등 실로 다양하다. 퀼트로 소규모 작품을 만들어 집안도 장식하고 다가오는 할리데이에 고마운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준비해보자.
카사 무향(Casa Muhyang)은 '향기 없는 거처'라는 의미의 포크아트 갤러리이다. 김봉화.이성윤 부부에게 있어 한국문화에 접근하는 길은 다도였다. 그들은 아무리 좋은 향기의 차도 결국향은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새로 오픈한 갤러리에도 카사 무향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
차를 마시다 보니 눈앞에 조상들의 지혜와 멋이 담긴 민화를 한 점 걸어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민화를 그리고 시작했고 그림을 마지막 장식하는 낙관도 직접 파게 됐다. 차 마시는 다구도 손수 만들고 다구를 덮어두는 다포 역시 직접 천연염색을 거쳐 조각조각 이어 만들다 보니 어느새 이들 부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 문화 지킴이가 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들 부부가 제작한 생활 소품과 민속 작품들은 거의 민속 박물관을 방불케 할 만한 양이다. 지난해 포크아티스트들에게 수여하는 LA 트레저 어워드 상을 수상한 김봉화 씨는 지난 9월 포크아트 갤러리 카사 무향을 오픈 하고 우리 전통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한인 타운에서 여러 차례 조각보 만들기 클래스를 주관했던 김봉화 씨의 클래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약 2시간 정도면 완성할 수 있는 소품들을 중심으로 워크샵을 실시할 예정이다.
퀼트 워크샵 이벤트는 30일(목)~12월 2일(토)까지 사흘간 오전 10시~오후 7시 사이 2시간 동안이다. 자리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20일전까지 예약을 마쳐야 한다. 재료비 15달러에는 헝겊 솜 바늘 실 등이 포함된다. 각자 준비해야 할 것은 작은 사이즈의 바느질 용 가위.
▷주소 및 문의:743 N. La Brea Ave. LA (323) 934-4992 www.casamuhyang.com
▶ 퀼트의 역사
현존 최고 퀼트는 기원 전후 몽고 것
1903년에 발굴된 이집트 제 1왕조 시대의 파라오 조각에는 퀼팅 기법이 보이는 망토를 두른 왕이 묘사돼 있어 약 6000년 전부터 퀼팅 기법이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1924년, 몽골에서 발견된 퀼트는 기원전 1세기~기원후 2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퀼트다.
13세기 이후 퀼트는 십자군에 의해 유럽 전역으로 전해졌다. 십자군들이 갑옷 밑에 입었던 ‘시트’ 역시 퀼트로 만들어졌다. 13~14세기, 남서유럽에 한파가 닥쳤을 때 아녀자들이 퀼트로 침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귀족부인들 사이에 퀼트가 널리 퍼져갔다.
유럽의 퀼트는 신대륙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퀼트로 발전했다. 19세기 무렵부터 퀼트는 화려해지고 장식적인 요소가 가미됐는데 대량의 천이 직조되고 원단을 싼 가격에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디자인에 맞춰 천을 자르는 스타일로 변화한 것이다.
퀼트가 가장 성행했고 기하학적인 패턴들이 눈부시게 발전한 19세기에는 퀼트 작업을 위한 사교 모임, ‘퀼팅 비(Quilting Bee)’가 성행했다. 퀼트 만들기의 주역들은 여자였지만 초기에는 남자들과 아이들도 한데 모여 피스 워크(Piece Work)를 도왔다. 그 후 퀼팅 비 집회에서 가정에서 만든 조각들을 모아 퀼트로 완성했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의 고향인 유럽 각국의 수예 기술을 교환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등을 구상, 오늘 날의 아메리칸 패치 워크 퀼트를 탄생시켰다.
▶ 리포니아 헤리티지 뮤지엄 캘리포니아 아트 퀼트 전시
개관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 독특한 캐릭터의 전시로 마니아 층을 구성해온 헤리티지 뮤지엄에는 일 년 내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과 전시를 마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4월말부터 오는 12월 3일(일)까지 약 7개월 동안 캘리포니아 아트 퀼트 스튜디오 회원들의 최근 퀼트 작품들을 전시하는 캘리포니아 아트 퀼트 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매릴린 맥켄지 샤피, 바바라 콘퍼 등 30여 명의 기성 작가들이 참여한다.
개관시간은 수~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며 입장료는 성인 5달러, 시니어와 학생들은 3달러, 회원과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주소는 2612 Main St. Santa Monica, CA 90405. 10번 W. → Lincoln Blvd.에서 좌회전 → Pico Blvd.에서 우회전 → Main St.에서 좌회전하면 오른쪽으로 나온다.
▷문의: (310) 392-8537 www.californiaheritage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