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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과 노는 게 비즈니스죠'…어린이 눈높이 '키즈 마케팅' 맹위

Los Angeles

2006.11.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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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맞는 풍선집, 어린이용품 전문점엔 동심 반기는 어른들이…
‘키즈 마케팅’이 중시되는 세상이다.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한 두명의 아이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세대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키즈 마케팅’의 핵심은 역시 ‘아이 사랑’이다. 어린이들과 하나되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겠단 생각없인 ‘키즈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과 만족감이야말로 ‘키즈 마케팅’을 둘러싼 모두가 추구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LA 한인타운에서 ‘어린이 눈높이’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놀이방 같은 사진관…

에드워드.로렌 김 부부가 운영하는 올림픽 풍선나라는 그야말로 '어린이 천국'이다. 그들이 꾸미고 진행하는 행사들 역시 '어린이 세상'이다. 파티용품과 장난감 풍선등을 통해 수시로 어린이들과 만나는 두 사람은 어린이집 행사 돌잔치 생일파티 등 곳곳을 누빈다.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풍선 장난감을 만들어주고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파티가 없는 날 샵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겐 비누 방울 고깔 모자 작은 공 삑삑 소리를 내는 피리 등을 보여준다. 매일 어린이들을 상대하다보니 아이 다루는 데는 '도사'가 된 두 사람. 이들은 "어른과 아이의 보는 눈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란걸 깨닫게 됐어요. 어른이 보기엔 유치하고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장난감 하나라도 아이들에겐 하루 온종일을 즐겁게 놀 수 있는 기쁨의 도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돼요."

김씨 부부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아이의 취향을 묻는 일. 풍선 장난감을 하나 만들어 줄 때도 '무슨 색을 좋아하느냐'고 먼저 물으면 아이들의 기쁨은 배가 된다. 이건 6년여간 아이들에게 풍선 장난감을 만들어 주며 두 사람이 터득한 노하우다. 어른들은 화려하고 복잡한 것을 만들어 주면 자녀들이 기뻐하리라 착각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리 간단한 것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색상의 풍선을 갖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먼저 '망가지는 것'도 그들만의 눈높이 맞추기 비법이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샵을 방문하면 엄마보다 아이에게 더 신경을 써요. 먼저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손을 잡고 가게를 구경하죠. 그러면서 '생일이야?'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하고 물으면 처음엔 어색해 하던 아이들도 먼저 다가와 또 구경가자고 조르곤 한답니다. 엄마와 아이가 의견이 다를 땐 오히려 아이 편에서 부모님을 설득하곤 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마음은 절로 김씨 부부의 편이 된다.

돈주머니를 쥔 사람은 부모지만 아이들이 진정한 기쁨을 얻는 모습을 보면 부모 마음은 뒤늦게나마 자연히 따라오더라는 것이 그들의 경험이다.

20여년간 어린이 가구 전문점인 '키즈 퍼니처'를 운영해온 김도경씨. 그도 처음엔 그저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비즈니스 마인드만 가지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시작했지만 오랜 세월 아이들을 만나오며 그들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어른용 가구를 그저 크키만 작게 축소시킨 것이 아동용 가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에게도 분명한 취향과 유행이 있어요. 그래서 그에 맞는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색상 다양한 패턴을 갖추려고 하죠."

가구점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행동 패턴을 잘 관찰하다 보니 가구를 들여놓을 때부터 신경쓸 일이 많아졌다. 조립을 잘못해 무너질 일이 없도록 미리 조립이 된 가구를 선호하고, 아이들에게 무해한 페인트를 썼는지, 낙서를 하더라도 티가 적게 나고 쉽게 지워지는 등을 꼼꼼히 따진다.

“요새 아이들은 자기 의견이 확실해요. 어린이 가구는 평생 그 나이 또래에 한 번 밖에 못 쓰는 가구잖아요. 자기 취향에 맞게 고른 것을 방에 놓고 오래도록 쓴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더 기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어린이 전용 사진관 맘앤베이비는 갓 태어난 아기들부터 아장아장 걸아다니는 유아들의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곳이다. 이 곳은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스카이 염 사장은 가장 먼저 사진 조명부터 신경을 썼다고 한다.

어린이 마음을 잡아라

팡팡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는 아이들을 놀래킬 수 있다는 생각에 방 전체의 조명을 사진찍기에 알맞은 조도로 맞춰 놓고 집안 형광등을 켜 놓은 것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노는 모습을 자연스레 담아 낼 수 있도록 욕조, 공부방, 침대 등의 다양한 콘셉트의 세트와 소도구들을 마련해 놓은 것은 물론이다.
“아이들 사진을 찍을 땐 조급함이 없어야 해요. 아이들은 컨디션 기복이 심하죠. 떼를 쓰다가도 잠깐 마음대로 뛰어 놀게 하면 금방 또 돌아오곤 하는 게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사진관 전체를 아이들 놀이방처럼 꾸며놨어요.”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배려는 바로 엄마들의 수유방. 엄마가 편안해야 아이들도 편안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사진 찍던 중간에도 편안히 모유를 먹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맘앤베이비의 포토그래퍼들은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면 먼저 무릎을 굽혀 아이들의 키높이를 맞춰 인사를 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먼저 안아주고, 이야기를 알아듣는 나이건 그렇지 못한 나이건 말을 건내고 대화도 시도한다.
“돌도 안 지난 아이들이라도 상대방이 자신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느냐 아니냐를 금방 느끼는 것 같아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일이니 만큼 아이들 눈높이로 그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겠죠.”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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