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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한국어와 시간 표현

New York

2016.06.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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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우리는 원시시대부터 시간에 대한 관념을 갖고 살아왔다. 크로마뇽인 시대에도 시간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톤헨지도 시간의 측정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1년의 개념과 12개월의 개념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첨성대와 같이 별을 관측했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모두 시간 인식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또한 썰물이나 밀물의 주기를 관찰하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동물이 새끼를 낳고, 물고기가 알을 낳는 것, 은어 등의 회귀 등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였을 것이다.

한국어의 시간관념은 모두 자연과 관련된다. 그중에서도 대부분 천체와 관련된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늘의 변화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알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표현으로 1년을 '해'라고 하고, 1개월을 '달'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해와 달이 그대로 시간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해와 달이 그대로 시간의 단위가 되는 언어가 많지 않다. 또한 하루를 뜻하는 '날[日]'도 해의 의미이다. '날이 밝았다'고 하고, '날이 샜다'는 표현도 한다. '날이 저물었다'는 표현도 '해가 졌다'는 의미가 된다.

'날'과 관련된 시간인 '낮'도 해와 관련이 된다. 옛말에서는 저녁을 뜻하는 '나조[夕]'라는 말도 있었다. '날'과 '낮', '나조'는 모두 어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해와 달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알았던 것이다. 한 달은 다시 달의 모습 바뀜에 따라 초승달과 그믐달로 나누어진다. 15일을 나타내는 '보름'이라는 시간 단위는 다른 언어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보름도 달과 관련이 있는 단어로 보인다. '초승'은 '초생(初生)'이라는 한자어가 변한 어휘다.

시간에 대한 인식은 태양의 시간인 양력과 달의 시간인 음력에 따라서 달라진다. 동아시아의 국가 중에서 일본은 빠르게 양력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양력설을 '신정(新正)' 또는 '일본 설'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음력설과 추석을 중요한 명절로 삼고 있다. 단오와 대보름도 여전히 중요한 날이다.

시간에 대한 인식은 금기나 기념의식과도 관련이 된다. 특히 윤달이나 윤년은 금기와 관련이 깊다. 윤달에 수의를 만들어 놓거나 이장(移葬)을 허용하기도 한다. 기념의식과 관련해서는 '백일, 돌, 환갑, 칠순' 등을 들 수 있다. 통과제의와 관련하여 장례를 지낼 때 3일장이나 5일장을 지내고, 삼우제나 49재를 지낸다. 다 시간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시간은 '새벽, 아침, 낮, 저녁, 밤'으로 구분되는 듯하다. 조금 더 구분을 하자면 한낮과 한밤중 정도가 추가될 것이다. 오전과 오후의 구분은 한국어 고유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침, 점심, 저녁'은 시간이면서 동시에 식사를 의미한다. '아침 먹었냐?'는 인사말은 시간이 아니라 식사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점심이라는 어휘는 '점심(點心)'으로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로 적게 먹는다는 의미가 시간의 관념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중국 음식 '딤섬'의 한자 표현이 '점심(點心)'이다. '끼'라는 어휘도 본래는 '때'의 의미였는데, 식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계절의 구분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정도의 구분이 있고, '한여름, 한겨울' 정도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봄'과 '한가을'이 없다는 점에서 봄과 가을은 느낌이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여름과 겨울은 계절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더 더운 시기'와 '더 추운 시기'로 나눈 듯하다. 최근 한국의 날씨를 보면 봄과 가을은 더 짧아지고 있는 듯하다. 농경사회에서 겨울은 '농한기'였고, 현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관념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어 속에서 시간관념을 찾아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어를 가르칠 때 우리말 속에 담긴 시간을 잘 설명해 보면 깊이 있는 공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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