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앨빈 토플러의 '제4의 물결'
이보영/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이 책을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가 얼마 전 LA에서 87세로 타계했다. 특히 2001년 토플러는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란 경제발전 모델 보고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굴뚝산업의 종속국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갖춘 지식기반 선도국이 될 것인가에 대한 조속한 선택을 촉구했었다.
한국 정부는 그가 제시한 대로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정보와 기술의 융합 등 지식기반 경제로 체질개선을 서둘렀고 교육시스템 혁신도 단행했다. 한국의 전자, 통신기술과 생명배아 및 줄기세포 배양 기술이 일본을 앞지르게 된 것도 그때 토플러의 예측과 권고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1970년에 발표한 '미래쇼크'는 미래의 변화는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므로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된다는 경고였다. 미래는 개인이나 조직, 국가조차도 빠른 변화에 맞춰야 경제 파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쇼크'는 핵가족의 분열과 유전자 혁명, 통신혁명, 일회용품의 생활화 등을 예견했으며 대부분 실현됐다.
'제3의 물결'은 사회의 변화 과정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면서 미래의 변화를 물결로 묘사했다. 제1의 물결은 수렵·채집사회에서 집단 농경사회로의 혁명적 변화다. 제2의 물결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혁명적 대량화의 변화다. 기술 발달로 대량생산, 대량분배와 소비를 가져왔다. 제3의 물결은 산업사회 후기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다. 컴퓨터, 전자공학, 미생물학 등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술적 맞춤생산이 가속화되면서 탈대량화, 탈표준화, 탈집중화가 발생하고 지식과 정보가 많은 자(조직)가 '미래 경제의 사령탑'이 될 것을 예측했다.
저서 '권력이동'은 1990년에 출간됐다. 사회적 권력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면서 기업, 경제, 정치,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 즉 권력의 이동을 탐구했다. 서부시대 창과 활을 든 인디언들은 빠르고 용맹했지만 권총을 찬 1명의 카우보이에게 여지없이 죽는 것을 보고 권력(힘)은 총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카우보이도 은행가 앞에서는 나약한 모습의 하수인이 되어 그가 시키는 일을 행하고 대가(돈)를 받는 것을 보면 돈의 위력이 총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창에서 총으로, 총에서 돈으로, 돈에서 지식(정보)으로 권력투쟁은 늘 더 강한 쪽으로 이동해 왔다. 눈에 보이는 화폐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K-인자(지식)중심으로 미래의 권력은 더 심화될 것이다.
토플러는 생명공학과 우주공학(속도와 공간의 혁명)의 변화를 미래 제4의 물결로 예견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미래의 산업으로 로봇, 인공지능(AI), 3D프린터, 바이오 산업 등을 꼽았다.
이미 로봇과 인공지능은 산업에 투입돼 많은 인력을 대체했고 노동의 주체였던 인간이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부탁해야 할 때가 곧 도래할 것이다.
토플러가 예견한 제4의 물결이 인간을 해하지 않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흐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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