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에서 한인이 무장 강도와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다. 갑자기 한 가정의 기둥을 잃은 그 가족들의 꿈같은 슬픈 현실을 용기를 내어 이겨내시기를 바란다.
이 사건을 생각하다 필자의 과거사를 떠올려봤다. 살기 위해 직업을 가져야 했고, 그 직업 중에는 위험한 업종도 있었다. 많은 이민 1세대들이 거쳐간 길이다. 필자도 이민 초기에 총을 차고 흑인 밀집 거주 지역에서 식품점을 운영했었다. 영어도 못하면서 흑인 손님에게 반 벙어리 손짓 발짓으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했다.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 일들이 참 많다. 가난한 지역이라 돈을 안주고 물건을 슬쩍하는 사람도 있었다. 늘 강도가 들까 걱정스러웠고, 여러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더욱 조심스레 경계를 해야만 했다. 고객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것은 미안하지만 또 한 두번쯤 돈이 없는 그들의 처지를 이해했다면 좋으련만 그때는 그걸 몰랐다.
지금도 총을 지니고 가게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많은데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차라리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에 이민와서 총에 맞아 죽는 것처럼 허무한 일이 없어 보인다. 또 내게 해를 끼치려고 한다고 총을 겨눴다가 살인을 하게 되면 그 역시 슬픈 일이다. 시간이 지나보니 장사를 하면서 강도가 들어왔으면 돈을 요구하는 것인데 돈을 주면 된다. 아깝지만 돈은 또 벌면 된다.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목숨까지 내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가장이 죽으면 나머지 가족은 어찌하나.
1971년 LA 한인타운이 불바다가 됐던 시절, 애틀랜타에도 흑인 폭동이 있었다. 필자는 흑인 대학 근처에서 식품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한풀이 대상이 됐다. 2층 지붕에서 아내와 함께 물건들을 지키겠다고 맞섰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건물과 상품에 보험이 있었는데도 까맣게 몰랐다. 한번은 정부를 대상으로 4년 6개월 간 소송을 진행해서 이긴 사례도 있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보상을 받았고, 애틀랜타 시장의 사과도 받았다. 무엇보다 소수민족 보호라는 판례를 남기기도 했다.
우리는 이민자다. 더러는 손해를 볼 생각을 하면서 살면 어떨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돈이 별 것이 아니고 건강이 최고이고,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우리가 미국에 온 이유에 성공도 있지만, 삶을 잘 살아보고 싶은 목표도 있다. 생명은 소중하다. 가급적이면 총을 소유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