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정신건강 에세이] 병적 도박의 원인(I)

San Francisco

2016.07.12 09:5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병적 도박’(Pathological Gambling)이 중독이라고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프로이드였다. 그는 1928년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병적 도박에 대한 에세이를 발표했다. 이 작가가 일찍이 발표한 중편소설 ‘도박자’를 자세히 연구한 결과 도박자가 그 습관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박에 승부수를 노리면 자연히 판돈을 계속 올리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흥분이 같이 증가되어 절정에 도달한다. 걷잡을 수 없는 흥분 속에 패가 맞아 판돈을 쓸어갈 때 치미는 짜릿한 희열 때문이라고 했다.또 그는 도박중독을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과 함께 그 뿌리가 자위행위에 대한 중독, 또는 이런 행위로 인해 연결되는 끝없는 환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성 일변도의 학설을 지지하는 사람은 극소수 골수 정통 정신분석 추종자만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이는 병적 도박이란 자존심 상실의 증상이거나 피학대증의 한 형태라 말하기도 하고 자신의 미숙함이나 지나친 의존성에 대해 부인하는 행동으로 본다. 또는 죄책감을 심어준 어린 시절의 부모나 사회적 권위에 대한 반항이며 자기 징벌 욕구의 표현이라는 등, 여러 이론이 제기되어 있는데 이런 여러 가지 학설들 중에는 어는 정도 수긍이 가는 면이 적지 않게 있다.

또 병적 도박이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해 보려는 시도”며 “운명을 극복해 보겠다는 환상”이란 생각도 그럴듯한 의견이라 하겠다. 이런 환자가 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는지”에 대한 해답은 없어도.

도박자들은 어렸을 때 규칙이 없거나 불충분한 가운데 또는 지나치게 엄한 훈육 속에서 자라면서 절약이나 저축, 미리 계획하는 생활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다시 말하면 이들의 병적 행동은 비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크면서 배운 학습의 결과라는 견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도 조금 다른 면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행동치료에서 유래한 이론으로 어린이들이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은 거기에 대한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칭찬이나 돈을 받는다든가 격려를 받아 느끼는 뿌듯한 성취감도 있다. 이를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라고 부른다. 원래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실험자가 원하는 버튼을 누를 때 먹이가 나오게 하면 쥐는 반복해서 같은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책망을 받을 행동은 피하게 한다. ‘부정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라고 한다. 실험실에서 쥐가 어떤 버튼을 누르면 전기 충격을 받는다. 괴로운 경험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쥐는 그 버튼을 피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큰 도시에 살면서 교통체증으로 출근에 지장이 심해지면 아예 조금 더 일찍 집을 출발하여 여유 있게 직장에 도달하는 행위도 ‘부정적 강화’의 한 형태다.

긍정적 강화는 불규칙적으로 발생할 때 그 효과가 훨씬 크다. 매달 일을 한 보수로 받는 일정한 월급보다는 기대하지 않았을 때 받는 보너스가 기쁨과 흥분을 훨씬 증가시킨다. 도박에서 돈을 따는 간격이나 횟수에 규칙성이 없기 때문에 그 유혹이나 돈을 땄을 때 느끼는 흥분이 증가하는 것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돈을 따고 또 그 금액도 일정하다면 도박에 대한 매력은 없어진다. 중독성이 쉽게 약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박에서는 승리의 규칙성이 없는데다가 돈을 딸 때 얼마나 딸지 미리 점치기 어렵다. 그래서 도박은 언제 잡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미된 이중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심한 중독성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