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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인근 산행] 캐츠킬 테이블&피카무스 마운틴

New York

2006.12.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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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리 그리워 겨울산 오른다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테이블 마운틴(Table Mt.)과 피카무스 마운틴(Peekamoose Mt.)은 모두 캐츠킬 산악지역 남쪽에 있는 봉우리다. 높이로는 캐츠킬에서 각각 열 번째 열 한번째 봉우리이며 캐츠킬 최고봉 슬라이드 마운틴이 속한 버로우 레인지(Burroughs Range)의 남쪽에 있으면서 '네버싱크 리버(Neversink River)'를 사이에 두고 슬라이드 마운틴과 마주보고 있다.

산행의 시작은 데닝 로드(Denning Rd.)의 막다른 지점에 위치한 주차장 들머리에서 울창한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숲길을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등산로 입구에 서 있는 팻말에는 테이블 마운틴까지는 3.9마일 피카무스는 4.9마일 거리라고 쓰여 있다. 마크는 옐로이고 트레일 이름은 '피니셔 이스트 브랜치 트레일(Phoenicia-East Branch Trail)'이다.

화창한 날씨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울창한 숲이다. 아름드리 숲길을 걷는 기분은 언제나 즐겁다. 침엽수림은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주는데다 고소한 냄새까지 풍긴다. 1.2마일 거리의 널찍한 숲길을 걷다보면 블루 트레일이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까지 주차장에서 30분 남짓 걸렸다.

옐로 트레일을 계속가면 슬라이드 마운틴(Slide Mt.)과 버로우 레인지로 이어진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블루 트레일을 따라 간다. 오른편 계곡으로 내려가는 이 길이 '피카무스 테이블 트레일'이다. 팻말에는 테이블 마운틴 린투(Lean-to:셸터라고도 하며 일종의 대피소) 2.4마일 테이블 마운틴 2.7마일 피카무스 마운틴 3.7마일로 적혀 있다.

조금 내려가다 보면 수량이 많은 계곡을 나무다리로 건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나무 다리였는데 올해는 두 개의 통나무를 걸쳐놓아 지나가기가 수월해졌다.

그래도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녹는 이른 봄에는 물길이 다리를 범람하는 경우가 있고 겨울철에도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 통나무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건너야 하니 이래저래 쉽지 않은 다리다. 이 계곡의 이름이 네버싱크 리버의 서쪽 지류인 '웨스트 브랜치 네버싱크 리버(West Branch Neversink River)'다. 이름 그대로 수량이 많은 계곡이다.

기본적으로 이 등산로는 습기가 많은 코스다. 물이 많은 산인데다 초입에 있는 계곡이 이렇듯 울창해 숲이 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쪽에 있는 봉우리를 타고 오르는 북사면(北斜面) 산행이어서 제일 먼저 눈이 쌓이고 가장 늦게 눈이 녹아 항상 등산로가 젖어 있다. 따라서 봄철이나 여름철에는 등산화에 진흙이 엉겨 붙고 가을.겨울에는 눈이 쌓이거나 얼어붙어 아이젠 없이 오르기가 쉽지 않다.

이 날도 기온은 영상이나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의 날씨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수북이 쌓여간다. 바람에 눈발과 젖은 낙엽이 어지럽게 날린다. 능선에 오르니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산에 왜 오르는가 묻는다면 오늘은 바람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몸이 날아갈 듯 세차게 부는 겨울바람에 마주서 보라. 큰 산이 내지르는 함성을 들으며 산을 오르다보면 저절로 그 해답을 알게된다.

바람소리가 마음을 씻어 준다. 바람소리는 때로 맹수의 포효 같고 여인의 통곡 같다. 애잔한 흐느낌이거나 부드러운 속삭임이다. 소리는 커도 시끄럽지 않고 박자와 음정은 없어도 흥겹고 감미롭다.

하루종일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듣다보면 두드러기처럼 불거졌던 마음이 솟구치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가라앉는다. 흙탕물에서 맑은 물이 고이듯 분노도 그리움도 노여움도 흥분도 근심걱정도 마음의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아마도 큰 산이 주는 위로일 것이다. 인간사 잡다한 번민이 별 것 아님을 다독이며 일깨워주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계곡의 물소리가 그렇다고 한다. 바닷가의 파도소리도 그런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큰 바다도 그렇고 큰 사막도 그렇다. 범접하기 어려운 크기가 주는 위안일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힘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칼바람에 노출된 뺨과 귀는 시리고 아프지만 등줄기에는 땀이 배고 모자를 쓴 머리 속에선 무럭무럭 김이 솟는다. 어느덧 마음은 넉넉해진다. 무엇이든 용서하고 싶고 누군가에든 감사하고 싶어진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살아있는 것 자체로 고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갈림길에서 50분쯤 오르면 오른쪽으로 뷰포인트가 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밴 윅 마운틴(Van Wick Mt.). 흐린 날씨에도 윤곽이 뚜렷한 것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듯 보인다.

캐츠킬의 배경은 어슴푸레하다. 다시 오르막길을 20여분 오르면 스프링 팻말과 함께 샘이 있다. 목을 축이고 물을 보충한 다음 10여분 오르면 오른쪽으로 린투임을 알리는 팻말이 나온다. 블루 트레일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난 위치에 있는 이 대피소를 그냥 '테이블 마운틴 린투'라고 알고 있는데 진짜 이름은 '보우튼 메모리얼 셸터'(Bouton Memorial Shelter)다.

지은지 얼마 안되는 자그마한 셸터인데 기단석을 살펴보니 산을 좋아하다 죽은 프랑크 보우튼이란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이 이 셸터를 세웠다고 새겨놓았다.

캐츠킬에서 이렇게 높은 곳에 대피소가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싶다. 대피소는 여름엔 야영하는데 겨울철에는 식사를 해결하는데 더 없이 요긴하다. 평상시에는 셸터의 중요성을 느끼질 못한다. 비바람치는 날 서성거리며 서서 식사를 해보거나 겨울날 눈 위에서 웅크리고 앉아 재봉틀처럼 벌벌 떨어가며 밥을 먹어봐야 비로소 안다.

바람만 막을 수 있어도 내리는 비만 피할 수 있어도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알고보면 세상만사가 그렇지 않은가. 사소한 것 하나도 없어 봐야 비로소 그것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 인간이다.

날씨가 궃은 날은 셸터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그렇지 않으면 테이블 마운틴이나 피카무스 정상에서 점심을 먹어도 된다. 테이블 마운틴을 거쳐 피카무스 정상까지는 1.3마일 빠른 걸음으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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