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악의 악당들, 최고의 영웅이 되다

Los Angeles

2016.08.04 18:3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출연: 윌 스미스, 마고 로비, 제라드 레토, 비올라 데이비스 등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PG-13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세상에서 제일 악랄한, 혹은 위험한 범죄자들이 어찌하다 보니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돼 활약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자연히 영화엔 가지각색의 기상천외한 캐릭터가 총출동한다. 쏘기만 하면 백발백중인 킬러 데드샷(윌 스미스), 정신과 의사였다가 조커(제라드 레토)에게 반해버린 후 덩달아 미치광이 악당이 돼 버린 할리퀸(마고 로비), 문신투성이 온 몸에서 불길을 뿜어 내는 디아블로(제이 에르난데스), 무시무시한 외모에 괴물같은 힘을 갖고 있는 크록(아데웰 아킨노오예 아바제), 단순무식 다혈질의 거구 미스터 부메랑(제이 코트니) 등이 차례로 소개된다. 그들을 팀으로 모아 조종하겠다는 당찬 야심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정부 비밀조직의 수장인 아만다(비올라 데이비스)와 그의 오른팔 릭(조엘 킨너먼). 둘은 감옥에서 평생을 썩어야 할 이들의 형량을 줄여주는 조건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조직하고 긴급 작전에 투입시킨다. 아군으로 이용하려 했던 신비한 힘의 마녀 인챈트리스(카라 델레바인)가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자, 이에 맞설 적수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내세우며, 그때부터 이들의 화끈한 전투는 숨 쉴 틈 조차 없이 긴박하게 이어진다.

독특한 캐릭터의 악당들이 하나씩 등장하는 초반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무시무시한 킬러이자 딸바보인 데드샷이나, 기괴하고 과격하나 동시에 섹시하고 깜찍하기까지 한 할리퀸의 경우는 특히 눈을 뗄 수가 없다. 두 캐릭터에게 분량도 집중이 돼 있긴 하지만, 배우 자체가 가진 매력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그 중에서도 '여신 미모'의 마고 로비가 과감하게 선보이는 거친 연기에는 누구도 저항해 낼 재간이 없다. 인물 하나 하나가 소개될 때마다 그 성격과 배경에 걸맞는 음악을 골라 붙인 선곡 센스도 만점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면서부터는 그간 쌓아왔던 캐릭터의 모든 매력이 휘발된다. 그저 치고 받고 싸우고, 또 싸울 뿐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데만 급급했지, 이들을 한 팀으로 뭉치게 할 만한 동기나 설명이 부족했던 탓이다. 어디로 튈 줄 모를 사고뭉치라 흥미로웠던 악당들이, 갑자기 힘을 합쳐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서로를 돕고 싸우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설득력 없는 악역도 문제다. 인간의 몸에 빙의했다 심장을 빼앗겨 원치 않게 조종을 당해야 했던 인챈트리스의 분노는 그나마 이해가 가지만, 갑자기 오빠까지 불러들여 인류를 멸망시켜버리겠다며 폭주하는 과정에는 좀처럼 몰입하기가 힘들다. 이들 악역이 사용하는 힘의 정체나, 인간을 괴물로 변신시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공격하게 하는 방식도 뜬금없고 갑작스럽다는 인상만 든다.

액션 자체도 뚜렷한 스타일이 없이 밋밋하다. 인챈트리스의 매서운 공격이나 디아블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 등을 표현한 특수효과는 빼어나지만, 그 밖의 캐릭터가 총을 쏘고 검을 휘두르고 부메랑을 날리는 정도의 액션은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나마 할리 퀸이 휘두르는 야구 방망이가 통쾌하게 느껴지는 정도다. PG-13 등급을 생각해 '킹스맨'이나 '데드풀' 정도의 잔혹함까지는 엄두를 못 냈겠지만, 이 정도 악당 캐릭터들을 모아 놨으면 좀 더 획기적이고 화끈한 액션을 시도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올해 초 '배트맨 대 수퍼맨'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쓴맛을 봐야 했던 DC 코믹스가 이 영화를 통해 반전의 발판을 삼고자 하는 의도는 뚜렷이 보인다. DC 코믹스표 액션 영화치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한 깨알 유머가 곳곳에 배치된 게 좋은 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무리 후하게 평해봤자 '절반의 성공' 정도 수준이다. 이미 오랜 역사와 수많은 팬층을 거느린 만화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토록 성급하게 소진해 버리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마블을 따라잡겠단 생각으로 성급하게 이 작품 저 작품을 쏟아 내기보단, 관객들의 기대와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해 괜찮은 영화 한 편을 내놓는 게 더 필요할 듯 싶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