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성인 신고식을 치른 영화. 이 한 줄의 홍보문구만으로도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김주혁은 또 어떤가. 화려하진 않지만 브라운관과 스크린 모두에서 기복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믿음직한 배우'다. 두 배우가 만난 작품이 일본의 대스타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했던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멜로물이라는 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화려한 클럽의 잘나가는 호스트인 줄리앙(김주혁)이 28억7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빚을 한달만에 갚기 위해 엄청난 돈을 상속받은 20살 소녀 민(문근영)을 상대로 사기극을 펼친다는 것.
어릴 적 앓은 병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민은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혈육으로 오래 전에 집을 나간 친오빠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민의 친오빠는 며칠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줄리앙의 친구이자 운전사였다. 줄리앙은 민에게 접근해 그 친오빠 행세를 하며 유산을 상속받을 속셈을 꾸민 것이다.
돈만을 노리고 있는 줄리앙과 세상에 혼자 뿐이라는 생각에 모든 사람을 불신하는 민.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며 조금씩 진정한 사랑을 배워나가게 된다. '사랑따윈 필요없어'가 '사랑밖에 난 몰라'가 되어 가는 것.
너무 많은 걸 기대했던 탓일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많은 것이 보는 이의 기대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도 영화엔 온통 이해 안되는 것 투성이다. 주인공인 줄리앙이 대체 어떤 인물인지조차도 감이 잡히질 않고 민은 왜 저렇게 배배 꼬여만 있는지 그러다가는 어떻게 저렇게 온순한 양으로 바뀌어가는지 알 수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에 대한 설명도 너무나 불친절하다. 뜬금없이 공항 출입국 신고서 앞에 서 있는 줄리앙의 모습도 지팡이를 더듬거리며 클럽에서 오빠를 찾고 있는 민의 모습도 난데없이 칼자루를 휘두르는 사채업자의 모습도 모두 생뚱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슬픈 감정을 자아내는 김주혁 문근영의 노력은 박수를 보낼 만 하다. 서정적 배경과 화면 구성도 그럴 듯하다.
다만 두 '괜찮은' 배우들이 연기 변신 무대로 삼기엔 '사랑따윈 필요없어'라는 작품 자체가 많이 부족했다. 특별히 문근영의 '성인 변신'실패는 안쓰럽다. 아픔을 간직한 채 그늘진 삶을 사는 20살 민을 잘 표현해내는가 싶더니 이내 전매특허인 맑디 맑은 '꽃띠' 소녀로 변신해 사슴같은 눈망울만을 반짝이고 말았다. 가장 예쁜 모습이지만 그 이미지가 발목을 잡아 항상 같은 자리만을 맴도는 듯 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