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보와 두 개의 현 (Kubo and the Two Strings) 감독: 트레비스 나이트 목소리 출연: 아트 파킨슨, 샤를리즈 테론, 매튜 매커너히, 랄프 파인스, 루니 마라 등 장르: 애니메이션, 모험 등급: PG
'쿠보와 두 개의 현(Kubo and the Two Strings)'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하 스톱 모션)의 명가 라이카 스튜디오가 내놓은 신작이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카메라 앞에 세워놓은 물체를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며 촬영한 뒤, 이 이미지를 연속으로 붙여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법. 섬세한 기술과 엄청난 정성을 통해 빚어내는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움직임이 관객들을 환상의 체험으로 이끄는 장르이기도 하다. 라이카는 그간 '코렐라인:비밀의 문' '파라노만' '박스트롤' 등의 스톱 모션 작품들을 전부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리며, 빼어난 작품성을 자랑해 온 스튜디오다. 이번 영화 '쿠보와 두 개의 현'은 특별히 라이카의 CEO이자 애니메이션 아티스트인 트레비스 나이트가 처음으로 감독을 맡아 연출한 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 이야기로 보나 영상미로 보나 '역시 라이카'라는 감탄이 나오게 하는 수작으로 완성된 것은 물론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고대 일본. 아픈 과거를 간직한 듯 한,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소년 쿠보(아트 파킨슨)가 주인공이다. 저잣거리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종이접기 인형들을 이용한 설화를 들려주며 살아가는 쿠보는, 늦은 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매 귀신(루니 마라)을 마주치자 혼비백산 도망친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아들을 지키려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쿠보 곁엔 원숭이(샤를리즈 테론)와 비틀(매튜 매커너히)만이 남는다. 자신을 쫓는 귀신과 괴물 '달의 왕'(랄프 파인스)을 물리치고, 전설로만 전해듣던 용감한 무사 아버지의 유품을 되찾기 위한 쿠보의 모험이 그때부터 시작된다.
영화엔 전체적으로 '왜색'이 짙다. 고대 일본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다 보니, 인물부터 풍경, 소품, 음악까지 모든 게 일본풍이다. 동양적 분위기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반면, 정서적으로는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회칠한 가면을 쓰고 긴 머리를 휘날리는 귀신이나 이무기를 닮은 '전설의 고향'풍 괴물들도 다소 섬뜩하게 느껴지고, 사무라이 풍의 액션 장면도 PG 등급 애니메이션치고는 조금 어둡고 잔인하단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쿠보와 두 개의 현'은 스톱 모션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정교하고도 미묘한 캐릭터의 움직임과 이를 뒷받침하는 화려한 애니메이션 효과들로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쟁쟁한 아카데미 연기상 출신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또한 흥미를 더한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서 리콘 스타크로 열연 중인 아역 아트 파킨슨이 다채롭게 연기 해낸 쿠보의 캐릭터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