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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치실 사용, 왜 논란인가

New York

2016.08.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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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강 / 치주전문의.컬럼비아치대 치주과 주임교수
AP통신이 지난 2일 보도한 치실 관련 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치아와 잇몸 건강을 위해 치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기존 상식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수행된 치실과 칫솔 사용 관련 연구 25건을 분석한 결과 치실의 효과를 입증할 근거는 매우 희박했으며 자료가 편향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치과의사들이 치실의 효과를 입증하지 않고 사용을 권장했다"고 보도한 AP통신은 효과를 증명해 줄 과학적인 근거가 연방 보건복지부에도 없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새 건강관리 가이드라인에서 30년간 포함되어 있던 '치실 사용 권장' 항목이 삭제됐다고 알렸다.

한편, 1908년부터 치실 사용을 권장해 온 미 치과의사협회(ADA)는 "치실 사용은 치석 제거와 치아 사이에 낀 찌꺼기 제거에 도움이 된다" 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사람들이 치실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치주학회도 성명을 통해 "현존하는 치실 관련 연구들은 표본이 적어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로 삼기에 불충분하다"며 해당 연구들에 엄밀한 과학적 증거가 미흡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정확한 연구를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밝히는 동시에 국립보건원(NIH)의 엄밀한 과학적 기준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A lack of high-quality evidence is not proof of ineffectiveness(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치실의 효과를 부정할 순 없다)." 이것이 최근 치주학회가 발표한 공식 입장이다. 정부에서 원하는 엄격한 기준에 맞춰 연구를 하는 것이 사실상 상당히 어렵다는 뜻이다.

치아와 잇몸 주위에 번식하고 있는 세균들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플라그(Plaque)라고 한다. 플라그가 충치와 잇몸 질환의 주된 범인인 건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플라그를 제거하면 충지와 각종 치주질환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된 바다. 더 나아가서 이 세균 덩어리들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올바른 칫솔질, 치실과 치간칫솔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치실 사용이 직접적으로 충치와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미흡하다는 것이 문제인 셈인데 이것은 현실상 정확한 연구를 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AP통신이 조사한 연구 결과들 대부분은 연구 기간이 아주 짧았으며 충분한 대상을 조사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인원을 오랫동안 관찰해야 하는 연구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연구계의 입장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충치나 잇몸질환은 며칠 안이나 짧은 시간에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또 많은 연구 대상을 다른 방법은 배제한 채 치실만 쓰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직 치실 사용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다른 칫솔질이나 구강 청결제 및 각종 구강 관리용품들을 사용할 수 없게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대상을 비교 관찰할 순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연구 방법은 현실적이지도 아닐 뿐더러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치실 사용에 의심을 갖은 치과의사는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AP통신 보도에 치과협회나 치주학회가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 여전히 치실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것은 이번 보도로 인해 사람들이 치실 사용에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없길 바라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치실의 효과를 잘 아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치실을 사용해 본 사람들일 것이다. 처음에는 때론 불편하고 귀찮기도 하겠지만 매일 쓰던 치실을 며칠만이라도 안 쓰면 바로 잇몸에서 안 좋은 반응을 보이는 걸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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