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북쪽 캐년컨트리에 위치한 'US 마샬아트센터'. 오후 4시가 지나면서부터 '하나 둘 셋…' 하는 우리말 구호가 힘차게 새나오기 시작한다.
'US마샬아트센터'의 이방인 태권도 사범 데이빗 클리그넷이 지난 28일 도장에서 태권도 겨루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인 사범이 지도를 하나 보다'하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니었다. 한인 사범은 없고 태권도복을 입은 '이방인'이 열심히 지도를 하고 있다.
데이빗 클리그넷(45). 클리그넷은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인도네시안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작은 체구지만 골격이 탄탄해 보이는 것이 서구적이다. 하지만 피부는 동양적이라 왠지 거리감이 없었다. 게다가 인상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더없이 선하다. 17세부터 태권도를 익힌 그는 4월이면 공인 5단이 된다.
"고교 때 집 근처 도장에서 본 태권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종합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와 같은 섬세한 동작이 있는가 하면 농구의 손 움직임 축구의 발 기술 복싱의 스피드…."
클리그넷은 그 길로 한인 태권도 사범을 찾아 무도의 길에 들어섰다. 태권도는 그에게 체력 단련과 단순한 무술 이상의 힘이 됐다. 클리그넷은 일찌기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도 9학년 때 사망 고모집에서 살았다. 형제도 없어 외톨이였다. 사춘기여서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를 배우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힘들 때가 있었다. 남들은 그럴 때 부모가 또는 형제가 격려를 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인내 예의 극기 염치 불굴 등 태권도의 기본정신이 나를 바로 서게 했다."
그 때문에 클리그넷은 사범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 지도에 더욱 열성적이다. 특히 기본이 되는 품세 익히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품세를 배우며 극기 인내와 같은 태권도의 중요 정신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도장을 운영하는 신명환 관장은 클리그넷을 "한국 사람 아닌 한국 사람이다"고 평했다. "학생들에게 예의를 강조하고 또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다. 대충대충이 없다"며 "처음엔 무슨 태권도를 외국인한테 배우냐며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그를 알면서 멀리서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신 관장은 또 "클리그넷이 오래 전부터 가난한 멕시칸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 주고 음식도 나눠주고 있다"고 귀뜀했다. 도장을 오픈할 때 멕시칸 청년들이 와서 페인트칠 등 내부 공사도 해줬다고 한다.
"한국 음식은 건강에 좋아 뭐든지 잘 먹는다"는 클리그넷은 "학생들을 최고의 선수로 키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하고 국기원에도 한번 다녀오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US마샬아트센터는 3월24일 오후 1시 오픈 클래스를 열어 클리그넷의 지도모습을 알린다. 문의 661-251-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