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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욱 칼럼]한국 건국일 vs 미국 건국일

대한민국 건국일은 언제인가? 이 문제를 놓고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이 왜 서로 각을 세우고 있을까? 보수진영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 진보진영은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3일로 각각 주장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은 왜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서를 공포한 날을 건국일(독립기념일)로 정하고 지켜오고 있을까? 미국의 건국일은 어떤 절차를 밟아서 정해졌을까? 한국과 미국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건국일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우선 보수진영의 주장을 알아보자.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유엔 결의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구성된 제헌국회가 헌법을 정했으며 법에 따라 국회에서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정부를 출범시켜 자유민주국가의 건국 기초를 완성했다. 즉 대한민국은 이날 처음으로 건국의 실질적인 3대 요건인 영토, 국민, 주권을 갖춘 국가를 출범시킨 것이다. 상해임시정부는 3대 요건 가운데 하나도 갖추지 못한 망명정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에 반해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을 정통으로 주장하고 있는 진보진영의 주장을 보면 역사적,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해임시정부가 역사적으로 1919년 3.1기미독립선언서에 의해 설립, 국가의 3대 요건이 모자란 정부의 형태를 갖추었으며, 법적으로는 1948년 제헌헌법이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명시하고,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라고 천명함으로써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국가의 3대 요건을 갖추지 않았어도 정부 형태를 구성했으며, 후일에 건국으로 이어졌을 때는 건국일로 선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좋은 예가 프랑스와 미국으로 보고 있다.

이런 진보진영의 주장에 보수진영은 3.1운동이 독립 및 건국 운동의 발판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임시정부는 국가요건과 국제적인 승인의 결여로 1948년에 세워진 자유 민주국의 건국을 위한 과정이지 건국의 결과로 볼 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보수진영의 주장은 미국의 경우를 보면 꼭 정당하다고만 볼 수 없다. 한 국가의 건국 또는 독립일은 국가의 3대 요건을 갖춘 기점으로 정할 수 도 있지만, 입법기관인 국회가 정하고 대통령이 선포, 국민이 동의하는 가운데 국가적으로 기념일을 지키면 된다고 본다.

더구나 진보진영이 김구 선생을 임시정부 설립의 주역으로 내세워 건국의 기틀을 잡은 분으로 받들면서 실제로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박사를 남북분단의 원흉이니 독재부패 온상이니 하면서 그분의 애국정신을 폄하하는 행위는 애국지사들의 건국 정신을 망각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건국일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념과 사상이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느냐 여부에 상관없이 국민적인 공감대를 갖는 날로 정해 져야 한다.

미국의 건국운동은 1774년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조지 워싱턴, 패트릭 헨리, 존 애덤스 등 13개 식민지 중 12개 식민지 의회에서 선발된 56명의 대표단이 참석한 제1차 대륙회의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회의에서 영국 왕실에 탄원서를 보낼 것을 확정하는 외에도 영국 본국을 대상으로 보이콧과 실력행사를 관리할 대륙협의체를 구성했다.

그 후 1776년에 소집된 제2차 대륙회의에 1차 때 참석한 56명 이외 벤저민 프랭클린, 로버트 모리스, 존 핸콕, 토머스 제퍼슨 등이 합세하여 독립선언서를 채택했다. 이후 1789년 9월 24일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미국 헌법이 탄생, 초대 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을 뽑았으며, 영국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미국 정부가 정식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1781년까지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였고, 1783년 9월 3일 파리조약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 인정을 받았다. 따라서 국가의 3대 요건을 갖춘 국가의 탄생은 1789년 9월 24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건국일을 이날 대신 독립선언서가 선포된 1776년 7월 4일을 법적으로 전통적으로 지켜오고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 건국운동, 제헌 절차, 의회 구성, 대통령선거 등을 통해 ‘건국의 아버지들’ 사이에 많은 갈등과 반목이 있었음을 우리는 미국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후세 미국 국민이 독립기념일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장소에서 건국 초기에 있었던 불미한 얘기를 들추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 국회는 한국 건국일 문제를 하루속히 해결, 결정하고, 이를 대통령이 선포, 모든 국민이 이날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행사를 하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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