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고 거기다가 화가 나면 말을 못 해요. 화를 내면 그 사람하고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감당 못 하거든요. 그리고 상대방에 따라서 제 기분이 많이 좌우돼요. 그 사람이 화를 내면 제가 안절부절 못하고 그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우울증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우울증은 몸의 컨디션과 관계가 있습니다. 잠을 잘 못 자거나 소화가 안 되거나, 아니면 변비가 심하거나 할 때 증세가 심합니다. 그래서 잠을 충분히 자고 변비약을 먹거나 굶거나 또는 관장을 하여 위와 장이 잘 작용하면 증상이 좀 완화되기도 합니다. 우울증이 있다는 것은 또 지금 바깥 경계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나는 이런 사람이다. 혹은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 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남에 대해서도 ‘남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든지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든지 하는 자기 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마음속에 그리는 상은 현실과는 늘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내가 다르고 또 남편하고 실제의 남편이 다르고, 내가 바라는 자식이 다릅니다. 그 차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자기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자학 증상이 생기고 타인에 대해서도 이 차이가 커지면 상대를 미워하게 되지요. 이게 다 자기가 그려놓은 상에 그 사람을 끼워 맞추려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나를 바꾸려고 해도 잘 안 바뀌는데 어떻게 상대가 쉽게 바뀌겠어요? 그러니까 미워하게 되고 미워하는 게 지나치면 보기가 싫어집니다. 또 보기 싫어지면 헤어지고 싶어집니다. 상대의 행위가 내가 그려놓은 상과 크게 다르니까 늘 상대에 민감하게 대응하게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자기가 그려놓은 상과 실제의 자기가 크게 다르니까 현실에 있는 내가 꼴 보기 싫어집니다. 그럴 때 가장 소극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남을 만나지 않으려는 심리현상입니다. 이렇듯 자기를 싫어하고 미워해서 대인 관계를 기피하는 것이 우울증입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에 걸리면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자기를 너무 높게 상정해서 생긴 것이므로 하나는 자기가 못났다 하는 피해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잘났다 하는 우월의식입니다. 이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은 늘 같이 일어납니다.
우울증 치료법은 대부분 당사자를 치료하는 것인데, 불교의 치료법은 당사자가 해결 능력이 있을 때에는 당사자를 치료하지만 당사자가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부모에게 수행을 시켜서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합니다. 수행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것이 정신병을 수용해 내는 것이거든요. 수행이라는 것이 자기가 부처 되는 것인데 정신병은 자기 주체를 상실해 버린 것이니까 치료하기가 무척 어렵죠. 그러니 옆에서 이것을 포용해서 도와줘야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또 열등의식에 사로잡힙니다. 자아를 높이 설정해 놓으니까 현실에 있는 내가 보기가 싫어서 열등의식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이 허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것만 놔 버리면 부끄럽다든지 창피하다든지 하는 생각은 다 없어지게 됩니다.
치료 방법으로는 엎드려서 절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맹목적이다 싶게 절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설명을 해 주면 머리가 더 복잡해지거든요. 엎드려서 절을 하면서 자신이 길가에 핀 들풀 같은 하찮은 존재임을 알게 되면 자아 분열이 치료됩니다. 그리고 자기 일거리가 있으면 금방 치료가 됩니다. 돈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자기 인생을 개척하고 애쓸 일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