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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영원히 야구장 방송 떠나는 빈 스컬리…뉴욕서 LA까지 다저스 중계만 67년, 내달 '아듀'

Los Angeles

2016.09.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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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 스타디움 인근 브롱스서 태어나
첫 부인 사별ㆍ사고로 아들 잃는 아픔
한인 박찬호ㆍ류현진 투구도 생생전달
지난 67년동안 LA 다저스 팬들을 감동시켰던 야구장의 목소리가 다음달부터 사라진다. '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리는 명캐스터 빈 스컬리(88)가 10월2일 정규전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은퇴한다. 1950년부터 마이크를 잡은 스컬리는 이달 2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을 마지막으로 다저 스타디움의 홈팬들과 헤어진다. 또 내달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팬들과 영원한 이별을 신고하게 된다.

스포츠, 그중에서도 야구에서 다저스 한 구단만 줄곧 중계해온 그는 한국전쟁 발발 두달전인 1950년 4월부터 다저스의 캐스터로 존재해왔다.

다저스측은 25일 로키스전을 '빈 스컬리의 밤'으로 정했다. 5만명으로 예상되는 홈 팬들 앞에서 작별 세리모니를 할 예정이며 다저스가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함에도 불구, 포스트시즌에서는 더 이상 그의 중계방송을 들을 수 없게 됐다.

1927년 양키 스타디움이 자리잡은 뉴욕 북부 브롱스에서 출생한 스컬리는 야구계의 수많은 역사적 현장을 목도해온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67년 장구한 세월속에서 중계를 이어온 그의 기록은 캘 립켄2세(볼티모어 오리올스)의 2632경기 연속 출전 또는 조 디마지오(뉴욕 양키스)의 56경기 연속 안타처럼 보기 드문 것이다.

그가 약관 20대에 중계를 시작했을때 다저스의 연고지는 남가주가 아닌 뉴욕시 브루클린이었다. 1955년에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중계를 했으며 다저스의 6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을 비롯, 모두 25번의 월드시리즈를 전달했다. 퍼펙트게임도 3차례, 노히트노런 13번, 올스타전 14차례를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1974년 거포 행크 애런(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다저스를 상대로 베이브 루스(양키스)의 통산 최다홈런 기록을 경신했을때와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서 대타 커크 깁슨이 극적인 끝내기 투런홈런을 작렬시켰을 때, 2001년 마크 맥과이어(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한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무너뜨린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73번째 아치를 현장에서 전달한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팬들이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현재 LA 시청자의 3분의2 이상은 다저스 경기를 TV로 볼수 없는 상황이다. 독점권을 지닌 타임-워너 케이블 가입자 외에는 시청이 불가능하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6경기는 스컬리의 마지막 모습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공중파 방송으로 생중계하기로 결정됐다.

평생 다저스와 살아온 그가 막상 은퇴후 무엇을 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도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솔직히 65세에 은퇴를 한다면 향후 20년간 뭘 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겠지만 90세를 바라보다보니 그저 약간 더 살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16명의 손자·3명의 증손자, 사랑하는 아내와 시간을 같이 보내며 여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잘 산다는 것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좋아하는 독서에 몰두할 예정이다. 책을 읽고 꽃이 자라는 것을 즐길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그의 첫 부인은 1972년 투병중 사망하고 33세이던 장남은 헬기 사고로 요절했다.

차이나타운 인근 '샤베스 러빈'에서 마이크로 다저스 팬들과 호흡해온 스컬리는 "중계 마감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팬들이 다저스 경기를 계속 즐기면 좋겠다"며 "누군가 날 대신해 더 큰 위업을 세울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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